헌법학자 9명중 8명 "세종시 국민투표 위헌"
김철수 등 헌법대가들 모두 위헌 지적, 원희룡도 반대 밝혀
국회입법조사처는 세종시 국민투표가 대통령의 국민투표 부의 대상인지를 질의한 친박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헌법 제72조상 국민투표 부의권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3일 제출했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우리나라 주요 헌법학자 9명의 저서를 분석하고 직접 전화 인터뷰한 결과다.
조사 대상 9명 가운데 우리나라 헌법학의 대가인 김철수 교수를 비롯해 김문현, 정종섭, 허영, 양건, 조재현, 권건보, 전광석 교수 등 8명은 “법률안은 국민투표 부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법률안이 국민투표 부의 대상으로 규정된 프랑스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대의 성낙인 교수만 유일하게 “직접 민주제적 요소의 의미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헌법 제72조상의 요건을 넓게 해석해 국가 주요 정책이 될 수 있으면 법률안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보고서는 또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 행사 시 부의 대상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거나 정치적으로 무기화하고 남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 부의 대상을 엄격하게 축소 해석해야 한다”는 2004년 5월14일 헌재 결정을 소개하며, 세종시 국민투표가 국민투표 대상이 아님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헌재는 “헌법 제72조는 예외조항에 해당하며 예외에 속하는 규정은 확장적으로 해석돼서는 안되고 축소적으로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2003년 11월27일)고 판시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조홍석 헌법학회장(경북대 교수)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 당시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수도의 핵심적 내용은 청와대와 국회 소재지이기 때문에 일부 행정부처를 옮기는 세종시는 수도 이전이 아니다”라며 세종시 국민투표가 위헌임을 지적했다.
조 회장은 나아가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을 다수 형성이 어렵다고 해서 우회적으로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며 “법률안제출권과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이 사실상의 입법권마저 가지게 되면 권력분립의 원칙과 조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내 법조인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도 세종시 국민투표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친이계인 고승덕 의원에 이어 4일에는 원희룡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법을 추진하다가 안되면 국민투표로 여론을 확인해서 국회에 강제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법상 불가능하다"며 "국민투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국민투표 부의는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설사 시행해 통과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통과 안되는 것을 (국민투표로) 대신할 방법이 없다"며 "야당은 헌법소원을 낼 것이고, 대통령 신임을 묻자고 하면 성격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국민투표 논란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투표를 '잠복' 상태로 유보시켰으나, 다수 헌법학자들과 한나라당 법조통들의 위헌 주장으로 친이 강경파의 국민투표론은 사실상 설 땅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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