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하면 성공 못해"
<현장> "MB가 곧 정의", "백제는 수도를 공주로 옮겨 망해"
친이계 최대모임인 '함께 내일로' 대표인 안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세종시 3일차 의원총회에서 "의총에선 통과돼도 상임위나 본회의 통과는 안된다는 건 민주적으로 토론해서 합의하는데 그 합의를 '나는 존중하지 않겠다'라는 것으로, 이건 극단적으로 말하면 또 하나의 독선이고 아집"이라고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최근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유력한 대선 주자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짧은 역사 속에서 얻을 수 있었다"며 "우선 성공한 사례는 전두환-노태우, 그리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다. 반면 실패한 사례 중에는 김영삼-이회창 총재, 그리고 노무현-정동영, 어째서 이분들은 성공하고 어떤 분들은 성공하지 못했는지 역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이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 정치인이 협력하는 방법"이라고 박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설 직전에 김무성·이성헌 등 구민주계 출신 친박의원들을 상도동으로 불러 "대통령이 (후임)대통령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대통령이 안되게는 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누구를 안되게 하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인만큼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 철회를 주문한 것과 동일한 논리인 셈.
안 의원의 압박성 발언에 친박 의원들은 "들어와", "시간 다됐어"라며 강력반발한 반면, 일부 친이는 "계속해"라며 안 의원을 독려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고무된듯 "적어도 560만표의 압도적 지지로 이 대통령이 당선되고 그 정권이 지금 이어지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적 정의다.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 대통령이 내놓은 안이 정의"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 당원들은 이 대통령의 안을 존중하는 것이 우리가 선택한 역사의 선택에 대해 우리가 바로 보고 정권을 지켜가는 것"이라며 세종시 수정을 주장했다.
또 다른 친이 최병국 의원도 단상에 올라 "옛날부터 한반도는 소위 한강을 지배하는 자가 한국을 지배한다고 했다. 그래서 삼국시대에도 서울은 격전지였다. 각축장이었다"며 "백제가 고구려에 밀려 수도를 공주로 갔다, 부여로 갔다. 그래서 백제는 그때부터 한반도에 대한 패권을 잃었다. 가장 변방에 치우쳐 있던 신라가 한강을 차지한 뒤부터 한반도의 패권국이 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 안다"며 이른바 '세종시 망국론'까지 폈다.
마침내 정두언 의원까지 나서 박 전 대표를 맹공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미디어법 파동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은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다'며 수정안을 내놨다. 갑자기 난처하게 됐다"며 "우리는 막강한 박 전 대표의 수정안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의원들이 자존심 상했다. 그때 우리는 '원칙과 신뢰도 모르냐'라고 말했다"며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재집권에 성공했다고 상상해보자. 그때는 친박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의욕적으로 법안을 마련하려는데 소수가 반대한다면 어떡하겠나? 역지사지는 인생살이의 기본"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 '김무성 파동'을 겨냥, "같은 당끼리 철학이 달라 파문 당한다고 한다"며 "우리 모두 철학이 같아야 하나? 철학이 다양해야 건강한 당 아닌가?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와 나는 철학이 다르다. 그럼 파문당해야 하나? 나와 철학 다른 이들도 내 밑에 많이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더 나아가 "과거 우리는 2번의 대선에서 패배했다. 그들을 우리는 제왕적 총재라고 한다. 측근들은 모두 감싸고 모두 예스만 했다"며 "요즘 나는 우리당 분위기가 춥다. 아스라한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 이러면 집권하겠나? 집권해도 그런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인가? 캐나다에 있는 모태범, 이상화, 김연아가 그런 세상을 견딜 수 있겠나? 그러니까 우리를 딴나라당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에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정두언 의원의 맹공에 반발한 친이 이정현 의원이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의원은 의총장을 뛰쳐나와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원을 맹비난하는 등 갈등은 파국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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