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대선 히든카드 '영남후보론'
[이연홍의 정치보기] <2> 2002년 리바이벌 가능한가
2002년 DJ는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열쇠는 '영남후보론'이었다. 호남이 미는 영남후보였다. 호남만으론 모자라서다. 영남표가 호남표의 두 배다. 영남표가 얹혀져야 이길 수 있었다. 그러니 영남 후보가 필요했던 거다. 그렇다고 호남이 돌아서진 않을 테니 말이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정권을 내주는 게 말이다. 그러나 뺏기는 거보단 나았다.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었다. 그것이 노무현의 등장 배경이다. 양자를 들인 거다.
2007 대선, 또다시 영남후보론 떠오를까
2007년을 보자.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현 정권의 지역기반은 역시 호남이다. 호남이 노무현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호남이 한나라당을 싫어해서다.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호남은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모자란다. 결국 영남표가 필요하다. 대통령 노무현으론 안된다. 영남 후보론이 고개를 들 수 있는 이유다. 그중에서도 경남이다. 거기서 40% 득표만 하면 된다. 노무현은 29.5%를 얻었다.
문제는 누구냐다. 마땅한 후보감이 없다. 모두들 인지도가 낮다. 그러나 아직 그럴 뿐이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 보자. 선거 2년 전의 노무현을 말이다. 아무도 후보라 생각지 않았다. 모두들 웃었다. 지금도 같을 수 있다.
그러니 없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찾자고 들면 없지 않다. 김혁규도 있다. 김두관도 있다. 심지어 문재인도 있다. 지금 작게 보일 뿐이다. 그러나 현지 인기는 만만치 않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해찬도 그 범주다. 처가가 부산이다. 처남이 부산에서 사업을 한다. 이름 있는 택시회사다. 따지고 들면 이해찬도 범 영남후보다. 실제로 이해찬의 부산 공략은 오래됐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부산 골프 파동도 그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 한다. 부산 인맥 확보차원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니 사표 수리가 쉽지 않았던 거다.
영남후보론의 최대 장벽, 박근혜
영남후보론에는 대 전제가 있다. 하나는 변치 않는 호남민심이다. 둘째는 상대후보도 영남후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영남표를 나눠가질 후보다.그중에서도 경북후보다. 한나라당내에선 박근혜-이명박이다. 최근 이명박이 뜨고 있다. 여론조사 1등이다. 여당으로선 천만 다행이다. 영남후보론이 더 힘을 받을 배경이 된다.
우선 호남이 그를 외면한다. DJ와의 연결 고리가 없다. 충청표도 쏠리지 않을 거다. 수도 이전을 반대해서다. 역대 선거를 보자. 충청을 잃고 이긴 자가 없다. 다만 경북은 하나로 뭉칠 거다. 이명박 몰표가 나올 거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경남표다. 그러나 여당의 영남후보가 있다. 누구도 독식할 수 없다.
서울은 이명박이 유리할지 모른다. 시장을 했으니까 말이다. 청계천의 업적도 있다. 그렇다고 표 쏠림이 일어나진 않는다. 어차피 이런 저런 연고로 갈릴 걸로 본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르다. 우선 호남이 달라진다. 물론 호남의 한나라당 지지도는 한자리다. 대부분의 한나라당 대선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당 지지도 수준이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바로 박근혜다. 두 자리다. DJ 때문이다. DJ가 박근혜를 싫어하지 않아서다. DJ는 박정희와의 화해를 주창했다. 기념관 건립도 약속했었다. 이름하여 역사와의 화해였다.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현 정권의 과거사 문제도 실은 그때문에 시작된 측면이 있다. 박근혜 흠집 내기 말이다. 호남 민심에 자극 받았을지 모른다. 박근혜는 충청표도 위협한다.외가가 충청이다.
여권 입장에선 금상첨화의 상황이 있다. 박근혜-이명박이 모두 나올 경우다. 둘 중 하나가 탈당했을 경우다. 출마를 위한 탈당이다. 결국 보수표도 갈라진다. 경북 표는 이분된다. 경남표는 삼분이다. 여당의 필승 구도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여당은 할 수 있는 한 그 상황을 유도할 거다.
넘을 산 많으나 영남후보론 분명 떠오를 것
영남후보론은 저절로 뜨게 되어 있다. 당장은 어렵다. 당의장이 정동영이다. 김근태도 있다. 두 사람이 버티고 있어서다. 두 사람 모두 영남출신이 아니다. 물론 영남후보론은 여권 일부의 생각이다. 숫적으론 소수다. 통일된 전략이 아니다. 그러나 비중 있는 사람들의 은밀한 구상이다. 2002년 때도 그랬다. 박지원등 일부의 생각이었다. 당시 이인제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나 현실화됐다.
그렇다면 예상을 해보자. 당장 지방선거 뒤를 보자. 여당이 이기긴 어렵다. 일단 진다고 가정하자. 정동영 책임론이 불거질 거다. 가만 둘 리 만무하다. 그러나 정동영도 가만 있지 않을 거다. 실제로 따져보자. 설사 진다한들 당의장 때문만은 아니다. 정권의 책임이다. 그나마 건진 건 정동영 때문이라 할 거다. 밀리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김근태와 한판 붙을 가능성이 높다. 걷잡을 수 없는 내분이 전개될지 모른다. 영남후보론은 그때쯤 본격화 될 거다. 대안으로서 말이다. 엄청난 논쟁을 벌일 게 분명하다.
열쇠는 노무현이 쥐게 된다. 그러나 깊이 개입하지 않을 거다. 겉으론 말이다. 아마도 그때쯤은 탈당한 뒤일 거다. 그럼에도 관심 있게 지켜볼 거다. 살아남는 자를 기다릴 거다.
영남후보론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대통령과 후보 모두 영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역기반이 호남이라도 그렇다. 영남이 영남한테 주는 거다. 권력의 대물림이란 소리를 들을 지 모른다. DJ가 노무현에게 준 것과는 다르다. 물론 호남표가 한나라당으로 가진 않는다. 그러나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면 복잡해진다. DJ가 민주당 후보를 민다면 더욱 문제다. 때문에 어떡하든 민주당을 흡수하려는 거다. 그게 안 된다면 DJ라도 잡아야 한다.
고건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호남이라서다. 지금 지지도라면 극복이 불가능하다. 상당량의 호남 표는 그의 것이다. 그러나 지지도 유지가 어렵다고 여권은 본다.
영남후보론. 분명 공론화될 거다. 그것도 멀지 않은 장래에 말이다. 2007년으로 가는 길에 감상해야 할 대목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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