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로 자산버블 방어? 널빤지로 파도막기"
[송기균의 마켓뷰] 신현송 교수 "금리인상만이 유일해법"
2년 전 FRB 관리들이 이 질문을 받았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였을 것이다.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라고. 현재 FRB 의장인 버냉키도 프린스턴대 교수였던 1999년 쓴 논문에서 ‘FRB의 역할은 인플레이션 예방이므로 자산시장의 버블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전임자인 그린스펀도 통화정책 결정에서 자산버블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러한 FRB의 통화정책이 80년 만의 최악의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금융위기의 주범이 부동산 버블이었으며, 부동산 버블이 생긴 근본원인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저금리를 유지한 결과라는 사실은 이젠 상식이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미연방은행이 수행하는 통화정책에 자산가격 버블 예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FRB 내부와 외부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월 3일 미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버냉키는 “지난 10년간의 통화정책 수행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가 금융버블이었다”고 발언하였다. 과거 자신의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지난 12월2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FRB 내부에서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자산가격 버블도 중요한 결정변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들은 자산가격 버블의 징조가 보이면 즉시 금리인상을 통해 그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신문에 의하면 FRB 내부의 논쟁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경제학자로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를 꼽았다.
신 교수는 FRB연구원인 Tobias Adrian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에서 “저금리가 위험할 정도로 과도한 금융버블을 가져왔으므로 향후 금리결정에는 신용버블 여부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교수는 최근 발표한 다른 논문에서 “금융규제를 통해 신용 및 자산버블을 막는 것은 마치 큰 구멍이 뚫린 나무 널빤지로 밀려오는 파도를 막으려는 것과 같다. 금리인상이 버블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미연방은행의 통화정책 논쟁은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금통위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년 5% 성장 전망에 비해 2%의 기준금리는 엄청나게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결정은 인플레이션이 아직은 우려할 정도로 높지 않기에 내렸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서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들어 부동산 등 자산가격에 큰 거품이 형성되고 있고, 그것이 붕괴될 때 밀려올 경제적 충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마치 금융위기 전의 미연방은행의 통화정책을 보는 듯하다. 정작 미국은 부동산 가격이 최고치 대비 30%나 하락한 현 상황에서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또 다른 버블을 고려하여 금리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논쟁이 활발한 데도 말이다.
한국은행이 미국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2), 동원증권 런던현지법인 대표, 코스닥시장 상장팀장, 코스모창업투자 대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본부장, (현) 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 저서 <불황에서 살아남는 금융의 기술>과 <유동성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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