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김재호(45) 사장 겸 발행인 등 <동아일보>사 관계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을 맨처음 제기한 <한겨레>가 13일 이를 입증할 ‘주식 매매 주문 녹음’이 존재함을 추가로 폭로하며, 증권사 리포트와 신문 기사를 보고 주식투자를 했다는 <동아일보>측 해명을 정면 일축했다. 지난 10일, 11일자 기사에 이은 <한겨레>의 '3차 폭로'인 셈으로, <동아>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겨레>는 13일자 기사를 통해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주식 불공정 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동아일보사 쪽 인사가 지난해 초 전화로 한 주식매수 주문을 증권사에서 녹음한 내용에, 미공시 정보 관련 사항과 최초 정보를 제공한 OCI(옛 동양제철화학) 내부자 관련 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동아 쪽이 거래한 증권사로부터 확보한 전화 주문 내용에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를 상당 부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었다”며 “이 내용은 검찰에 보낸 ‘통보 문건’에 녹취록 형태로 첨부돼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금감원이 혐의 계좌군에 포함된 계좌주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OCI 쪽 내부 인사가 지난해 상반기 동안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 이용과 상관없이 특정 기업의 임직원이 6개월 이내에 단기 시세차익을 거두면 그 차익분을 모두 해당 기업에 반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단기매매 차익 반환’ 사건 수준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면서 혐의 계좌군에 속한 일부 계좌주가 OCI쪽 내부 인사와 인연이 있는 <동아일보> 쪽 인사로 드러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건 성격이 달라지면서 조사 범위도 넓어졌다”며 “한 명이 맡던 이번 사건의 진실 확인을 위해 특정 팀 전체가 투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즉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매매 패턴을 보인 계좌들 중에 오시아이 내부자와 이 내부자와 연관이 있는 외부자의 계좌가 함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나타나면서 오시아이 내부자를 통해 미공개 정보가 외부자에게 전달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위)에 고발 안건으로 보고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동아 쪽이 지난해 초 전화 매수 주문을 할 때 남겨진 녹음 내용을 입수하면서부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녹음 내용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거기(녹음 내용)에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이 자신감을 갖고 자조심위에 고발 안건으로 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금감원은 애초 이번 사건을 ‘검찰 통보’가 아닌 ‘검찰 고발’ 사안으로 분류해 ‘자본시장조사 심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상당 부분 혐의를 확인했다고 판단해 ‘고발’ 처분을 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자조심위’를 거치면서 (고발보다 한 단계 아래인) ‘통보’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난달 초 열린 자조심위에서 평소와는 다른 (형태로) 일처리가 이뤄졌다”며 “이 때문에 금융 당국 내에서 ‘외압설’ 등 여러 말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거래 사건은 (금감원보다) 조사 권한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하느냐에 따라 혐의 사실 입증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