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박근혜 너무 빨리 강해져"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잠룡이 너무 빨리 하늘로 올라"
강 주필은 15일자 칼럼 <잠룡(潛龍)이 하늘에 너무 빨리 오르면>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 갈등을 거론한 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경제정책·대북정책·교육정책·노동정책·동맹정책·비정규직 대책 등과 같은 국가 대사(大事)에 이견(異見)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결국 대립은 '사원(私怨)의 정치'에다 '사리(私利)의 정략'이 얹혀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풀어야 한다"며 "문제는 두 사람이 만나기만 하면 엉킨 실타래를 한번 더 헝클고 만다는 것이다. 심각한 소통 장애가 있다는 이야기"라며 양비론을 폈다.
그는 또한 "집권당 사무차장이 청와대를 향해 대포를 쏘아대는 요즘 같아선 두 진영은 이제 친이(親李) 친박(親朴)이란 문패를 반박(反朴) 반이(反李)로 바꿔달아야 할 판"이라며 최근 친박 이성헌 의원의 청와대 비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뒤, "'반박'은 무늬만 '반박'일 뿐 울타리 너머 박 전 대표의 눈치를 힐끗힐끗 살피며 엉거주춤하고 있고 오히려 반이(反李)의 기세가 등등한 게 여의도 분위기라고 한다"며 박 전대표 눈치를 살피는 친이 의원들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 전대표를 정조준, "박 전 대표의 일거수(一擧手)에 국회가 좌지우지되고 그의 일투족(一投足)에 선거의 승패가 갈린다. 착하고 가엾은 신데렐라가 계모의 갖은 구박을 이겨내고 이렇게 어엿하게 성장한 것"이라며 "그러나 신데렐라를 향한 민중의 동정심은 여기서 끝난다. '힘센 신데렐라'가 등장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1년3개월밖에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에 맞서는 제2인자가 출현한 것은 우리 정치사상 처음"이라며 "박 전 대표는 너무 빨리 너무 강해져 버린 것이 아닐까. 아무리 허약해 보여도 대통령은 힘이 세다. 그것이 대통령제다"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97년 김대중 당선이란 드라마를 만든 게 반드시 DJP 연합의 효과만은 아니었다. 힘 빠진 김영삼 대통령과 힘센 이회창 여당 후보 간의 알력과 불화가 기적을 거들었다"며 "선거날에 다가갈수록 YS 주변엔 이회창 집권보다는 김대중 집권이 더 견딜 만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드리워졌다. 이렇게 해서 결국 DJP 연합이 띄운 무지개가 현실이 돼 땅으로 내려온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박 전대표가 차기 집권을 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항룡유회(亢龍有悔·높이 오른 용엔 뉘우침이 따른다)'라는 말이 있다"며 "하물며 아직 물속에 잠겨 있어야 할 잠룡(潛龍)이 너무 빨리 하늘에 오르는 데도 잠잠하기만 한 바다라면 그 바다가 이상한 바다"라는 거듭된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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