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0억원이 박 회장에게 송금된 사실을 확인해 돈의 출처와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06년 라 회장의 계좌에서 박 회장의 계좌로 50억원이 송금됐는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이 쓰이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박 회장더러 경남 김해의 가야C.C 지분을 사달라며 돈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박 회장이나 라 회장을 상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박 회장의 돈이 정.관계 인사 등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누구를 상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는지 등을 수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인데 라 회장과의 관계에서는 거꾸로 박 회장에게 돈이 들어왔기 때문.

라 회장은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에 신한은행 등이 참여하면서 박 회장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힘을 썼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만약 박 회장이 라 회장에게 돈을 준 정황이 포착됐다면 즉시 수사대상에 올랐을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검찰은 라 회장의 50억원이 10여년 전에 회사에서 받은 일종의 상여금으로 파악하고, 박 회장에게 청탁 명목으로 보낸 돈이 아니라 개인 투자금의 성격을 가진 게 아닌가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라 회장이 보낸 50억원의 출처를 대략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상당히 오래된 자금으로 개인 돈으로 보이며 형사적으로 문제 될만한 부분은 현재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의 자금거래를 추적하다 보니 라 회장의 돈이 들어온 게 나왔을 뿐, 이종찬 전 민정수석의 동생과 박 회장이 거래했다는 부분 등 박 회장과 돈거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지금 단계에서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50억원이라는 거금이 수년째 박 회장의 계좌에 묻혀 있는 만큼 돈의 성격을 묻기 위해 검찰이 적절한 시점에 라 회장을 소환조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 관계를 규명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검찰은 박 회장과 라 회장 주변에 다른 의심스러운 돈 흐름 정황은 없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 측은 이와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며 (박 회장에게) 50억원을 준 적이 없다"고만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