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한나라 "해외건설 나가면 병역면제"
야당 "있는집 자녀들, 관리직으로 빠져 병역기피할 것"
한나라당 ‘일자리 지키기·만들기·나누기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순자 최고위원)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달 중 당정 협의를 거쳐 4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손질한 뒤 이르면 하반기부터 청년들을 해외 건설현장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박정희 정권시절인 지난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외화벌이 목적으로 중동 건설현장에 파견된 근로자들에 한해 한시적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준 적이 있다. 한나라당 제안은 당시 상황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병역 면제도 해외 파견을 기준으로 2012년까지 일시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건설사들의 해외 인력난 해결 및 외화 벌이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당황해 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한 고위인사는 이 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 문제가 오늘 모 조간에 크게 실려 나도 깜짝 놀랐다"며 "절대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는 박순자 최고위원 등 일부 의원들의 개인 생각"이라며 "절대 당론이 아니다"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이 한번 집권하고 말 것처럼 지금 행동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경제논리로 환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이진삼 자유선진당 의원은 "노무현 정권 내내 '한미동맹이 불안하다, 북한에 비해 군의 기강이 무력화 됐다'고 비판했던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니 강한 군대를 만들기는 커녕 포퓰리즘으로 군을 더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 날 본지와 통화에서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병역기간도 18개월도 단축되는 등 지금 병역자원이 없어 허덕이는 것이 우리 군의 현실"이라며 "이 마당에 더 군대를 가기 싫게 만드는 정책을 내는 당이 과연 집권여당인가"라고 힐난했다. 그는 또 "그런 정책이 실현되면 있는 집, 배운 집 자식들은 건설근로자가 아닌 관리직 등 우회 통로를 이용해 병역 면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게 뻔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도 경기침체가 세계를 덮치면서 그동안 최대 해외공사 발주처였던 중동 국가들이 앞서 발주했던 공사물량까지 축소하고 공사 중도금조차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웬 뜬금없는 해외근로자 병역 면제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중동 최대 건설발주처였던 두바이의 경우 국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서 2천억달러의 건설 공사중 1천억달러에 차질이 생겨, 두바이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을 좌불안석케 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90년대 이라크로부터 공사대금 13억달러를 받지 못해 결국 파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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