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버스 토큰 몇개만 구해줘"
"제 어깨위에 십자가가 너무 무겁습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를 쓴 김원철 <평화신문> 기자가 7일 밝힌 비사다. 김 기자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고 김 추기경의 회고록을 쓰는 과정에 목격한 고인의 여러 모습 등을 소개했다.
"추기경님은 큰 성당과 변두리 성당을 비교를 하시던데 당신께선 서울 변두리의 작은 성당가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시답니다. 그리고 진수성찬이 잘 차려진 그런 식사자리와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초대자리가 겹칠경우 추기경은 항상 후자를 택하신다, 겹칠 경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서울대교구장 재직중이었을 때 일요일이니까 운전기사도 하루 쉬여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제가톨릭 형제회 회원들이 찾아와서 같이 어디 급히 가야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비서신부님이 나와서 빨리 운전기사를 부르겠다고 하니까 추기경께선 운전기사도 하루 쉬어야 한다고 하면서 저 차 타고 가면 된다고 하셨는데 그 차가 뭐냐면 바로 국제 가톨릭 형제회 회원들이 타고 온 경승용차 티코였다. 실제로 그 티코를 타고 다녀오셨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상업적으로 광고에 이용하다가 그만 둔 해프닝도 있었다."
김 기자는 또 "추기경께선 자신을 일부러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이다. 자신을 자랑하거나 생각을 강요하고나 이런 것을 아주 경계하신 분이다"라며 회고록 집필 청탁 당시를 회상했다.
"이 회고록 작업을 시작하려고 저희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추기경이 몇 번 거절하셨다 .저희가 간곡히 부탁을 드리니까 그러면 먼저 한 가지 약속을 해라, 그것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니까 '나를 절대 미화하지 말라, 과장하지도 말라 그 약속을 하면 내가 구술에 응하겠다' 하시고 나서 저를 만나셨다."
김 기자는 또 고 김 추기경이 생전에 많은 인간적 고뇌를 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추기경하면 강하고 크신 어른이고 거침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교회수장으로서 또 위기와 고비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추기경님의 사실 입을 쳐다봤다. 그럴 때는 이런 고백도 저에게 하셨다. 참 그럴 때마다 홀로 기도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느님앞에 가서 ,이럴 때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 어깨위에 십자가가 너무 무겁습니다 하고 하느님께 불평을 하신 것이겠죠."
"추기경은 누구나 다 인정하듯이 가난한 이들과 함께 슬픔과 기쁨 나누시고 하셨지만 그러나 이런 말씀도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었음에도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은 주교나 추기경 직책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없었기 때문임을 고백한다’ ."
"추기경님은 말년에도 저한테 이 말씀을 몇 번 저한데 하셨는데 정말 자신이 통회의 눈물로 죄를 씻고 주님 앞에서 서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것은 구도자들이 늘 겪는 어려움이고 늘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인데 그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이 사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수자들이 절대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은혜로운 사막이 아니라 그저 모래바람만 불어대는 황량한 사막과 같다. 내 뉘우침과 성찰이 부족함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 고백이면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라고 봐야 한다."
그는 고 김 추기경의 회고록이 발매한지 얼마 안돼 10만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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