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29일 극우논객으로 잘 알려진 일본 <산케이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에게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이 총재는 이 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에서 한 외신기자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경질 여부를 묻자, "진압을 총지휘한 경찰청장은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스스로 물러나서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구로다는 "총재님께서는 옛날부터 법과 질서를 아주 중요시하셨다.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고, 우리도 그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그런데 서두에 말씀하신 용산 사건에 대한 평가 분석에 있어서 나는 개인적으로 불만"이라고 딴지를 걸고 나섰다.

그는 "철거민의 보호 문제, 보호 대책도 필요하지만 외부 세계에서 볼 때 그것은 법과 질서가 없는 상황으로 비춰진다"며 "법과 질서 유지를 위한 관점에서는 역시 사건 자체를 조금 더 비판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이 조금 미흡하신 듯하다"고 거듭 이 총재를 힐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우리 외국 기자들이 볼 때 작년 촛불 시위도 그렇고 국회 사태도 그렇고 용산 사태도 그렇고 한국에서는 법치주의가 안 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 총재는 그러자 "나는 용산 참사 사고에 경찰들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쇠구슬을 쇠총으로 쏜 행위를 묵인하거나 잘했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는 불법사태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쳐들어가 질러대며 진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방재 대책을 충분히 세워서 설령 범법자라도 죽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것을 안 해서 경찰관까지 다쳤다. 나는 그 잘못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일 불법사태가 났을 때 진압을 하고 흐트러트림으로서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과 신속하게 해결하고 진압의 성과를 올릴 것만으로 모든 것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개발연대식의 조급한 리더십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구로다의 사고방식을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발상으로 힐난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따끔한 일침에 구로다는 더이상 질문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