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며 한국이 올해 심각한 금융압박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과 공동으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낙관론자들이 금융위기의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지만 올해가 예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제 기껏해야 절반 정도만 진행됐을 뿐"이라며 "3조달러 규모의 신용손실은 미국의 은행과 금융시스템을 지급불능 상태로 만들 것이며 신용경색은 가정과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로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선진 경제권이 모두 침체에 들어선 데다 중국을 포함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경기 경착륙의 위협에 직면했다"며 한국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과 같은 아시아 국가와 헝가리나 루마니아 같은 취약한 유럽 국가, 아르헨티나 등 주요 중남미 국가, 러시아 등은 심각한 금융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계속해 한국이 올해 심각한 금융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각국의 경쟁적 경기부양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부국이나 빈국이나 정부가 2차 대전 이후 가장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경제에 개입해 보조금과 보호 조치 등이 포함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정치가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문제는 정치인들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만드는 것으로, 올해는 정치가 시장에 가장 큰 위험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칫 각국정부의 시장개입이 보호주의로 흐르면서 세계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 표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