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국정원장, 김석기 경찰청장 등 TK(대구경북) 인사를 전진 배치시킨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조선일보>가 "위험한 인사"라고 비판하자, 뉴라이트전국연합(상임의장 김진홍 목사)이 즉각 <조선일보>를 "<한겨레>같은 주장"이라고 비난하는 등, 사정기관 인사에 대한 보수진영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조선> "사정기관, 정권에 충성하면 독이 될 수도"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 <대통령 측근들에게 맡겨진 권력기관>을 통해 "이번 인사를 앞두고 정·관가에선 'TK와 PK(부산·경남) 싸움설'이 나돌았다. 공교롭게도 경질된 김성호 국정원장과 어청수 경찰청장은 각각 경남 남해, 경남 진주가 고향"이라며 "이들이 물러난 자리를 TK들이 차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경남 남해 출신인 임채진 검찰총장까지 포함하면 4개 권력기관 중 3명이 영남 출신"이라고 꼬집었다.

사설은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광주·전남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 위기인데) 나 혼자만 급한 것 같다'며 공직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여권은 이런 대통령의 답답한 마음이 동향 출신의 측근들을 권력기관장에 전진 배치하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러나 권력 실세가 조직을 틀어쥔다고 해서 공직 사회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들 권력기관이 '정권의 충성'이란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면 득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이 기관들은 민심의 움직임과 현실의 흐름을 정권 핵심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게 돼 있다. 출신과 생각이 엇비슷한 권력·정보기관장들은 상황을 한쪽으로 몰아가는 데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보 보고를 통해 대통령과 정권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들 위험도 크다"고 지역편중 인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설은 "국정원, 검·경, 국세청은 급변하는 정치·경제·국제·사회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데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권력기관들은 최근 공직 윤리에서도 적잖은 문제를 드러냈다. 권력기관의 쇄신과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러나 이번 인사에선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통령의 사정기관 인사를 꼬집었다.

뉴라이트 "<조선일보> 사설, <한겨레> 주장과 동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9일 즉각 논평을 통해 <조선일보> 사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뉴라이트는 <조선일보>를 정조준해 "얼마 전부터 야당과 한통속이 되어 사사건건 대통령의 인사와 우파에 시비를 거는 오만한 보수신문은 역시나 사설을 통해 이번 국정원장 인사도 반대하고 나섰다"며 "한겨레신문의 주장과 동일하다"고 비난했다.

뉴라이트는 더 나아가 "사설과 컬럼의 구분도 제대로 못하면서 리만브라더스를 사야한다고 강변해 미네르바의 조롱거리가 되더니만, 얼마전부터 정부에 불만있는 인사들의 가래침을 연일 게재하고 있는 이 신문사 출신들이 청와대나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 볼 일 아닌지 모르겠다"며 청와대-정부내 <조선일보> 출신들의 축출까지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여러 차례 사설 등을 통해 뉴라이트를 퇴장해야 할 집단이라고 비난하면서 뉴라이트는 <조선일보>를 '제1 주적'으로 여기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