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55)이 청장 재임 시절 한상률 현 국세청장에게서 고가의 `뇌물성` 그림을 선물받았다는 주장이 나와, 한 청장이 이를 강력 부인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그림은 고(故) 최욱경 화백(1940~85)이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38×45.5㎝` 크기 추상화인 `학동마을`이다. 추정가는 4천만~5천만원 정도며 현재 화랑가에 매물로 나와 있다.

<헤럴드경제>는 12일 전군표 전 청장의 부인 이아무개(50)씨가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2007년 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 부부와 시내 모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당시 남편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한 차장의 부인이 내게 ‘좋은 그림이니 잘 간직해 달라’며 ‘ㄱ 지방국세청장을 좀 밀어내 달라’는 인사청탁과 함께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어 “그날 모임에 한 차장 부부가 모종의 ‘ㄱ 지방국세청장 사퇴압박 시나리오’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갖고 왔더라. 그 내용은 ㄱ 지방국세청장의 부인이 종교재단에 일년에 큰돈을 기부하는데 어떻게 공직자 신분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는지 캐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TK(대구경북) 출신의 ㄱ 지방국세청장은 요직을 두루 거쳤던 한 차장과 당시 경쟁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평창동 G화랑 홍 모 대표도 이날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인 이 모씨(50)가 작년 10월께 이 그림을 들고 와 돈이 필요하니 되도록이면 빨리 팔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12월에 정식으로 판매위탁 약정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전 전 청장 부인은 나에게 `이 그림은 한상률 현 국세청장이 차장 재직 시절에 준 선물`이라는 말을 했다"며 "이씨는 그림에 대한 지식도 없고 그림 크기도 작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상률 국세청장이 전군표 전 청장과 부부 동반으로 4명만이 만난 사실조차 전혀 없다"며 "4명이 있는 장소에서 인사청탁, 그림 전달 운운 등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개국 국세청장 회의 참석차 일본에 출장 중인 한 청장도 이날 저녁 기자단과 통화에서 "그림을 전혀 모른다며 “인격모독"이라 강력부인했다.한 청장은 특히 “전군표 당시 청장 부부를 단체로 만난 사실은 있으나 4명이서 만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