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7일 민주당이 법안전쟁의 승자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하며 조기협상에 실패한 정치권 모두가 패자라고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언론의 관심이 민주당으로만 집중되는 데 대한 강한 불만의 토로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일단 여야 간 국회 대치가 서로 합의 하에 끝난 것은 다행이나,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지금은 누가 이기고 지고를 따질 때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민주당을 겨냥, “지금 민주당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고, 언론도 민주당을 승자로 평가하고 있다”며 “망치와 전기톱으로 국회의사당을 때려 부셔 국제적으로 국가 망신을 시키고, 중간에 타협의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거부한 채 강경 일변도로 밀어 붙인 그들을 과연 승자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거듭 “합의안 주요 골자는 지난해 말 우리당 권선택 원내대표가 기초해서 거의 합의에 가까워졌던 내용과 같았지만, 민주당은 승리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말 타협을 거부했다”며 이번 합의안이 선진당안에 기초한 것임을 강조한 뒤, “민주당은 한나라당 상대의 기 싸움에서는 이겼는지 모르지만, 18대 국회에서 타협과 상생의 싹을 짓밟은 의회 민주주의의 패자일 뿐”이라고 민주당을 힐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정권을 뒷받침하는 여당으로서의 확고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며 “외통위에서의 분별없는 강행처리는 다수 의석을 가지면 몰아붙일 수 있다는 오만한 여당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이것이 국민의 뇌리에 각인돼 국민의 마음을 멀게 하고, 떠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번 국회의 격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조기에 타협과 조정을 이루어내지 못한 우리 당 모두가 국민 앞에 패자라고 생각한다”며 “어제와 같은 합의 방식의 문제 해결은 앞으로 또 국회 격돌 사태를 재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