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 매파 '강행처리' 융단폭격
반년만에 회의 출석, "한나라 법안, 국민에게 실망과 고통 주고 있어"
박 전 대표는 이 날 오전 지난 해 7월 30일 이후 근 반년만에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사전 예고도 없이 전격 모습을 드러내, 당 지도부와 보도진을 놀라게 했다. 박 전 대표는 회의장에 들어설 때부터 작심한듯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으며 박희태 대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인사를 나눌 때도 표정을 풀지 않았다.
그는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곧바로 발언권을 얻어 우선 "지금 야당이 그동안에 한나라당의 협상제의라든가 이런 것을 거부하고 대화도 계속 거부해가면서 의사당을 점거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한 일"이라며 민주당의 국회 점거농성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곧이어 화살을 한나라당으로 돌려 "한나라당이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있다는 점도 굉장히 안타깝다"며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강행처리 방침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제가 당 대표 하던 시절에 그때 다수당이었고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4대 악법'을 내걸고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밀어부치고 강행처리하려고 했다"며 "당대표로서 그때 그런 점들이 가장 안타까운 일들로 기억된다"며 지금 한나라당의 강행처리 방침을 4년전 열린우리당의 행태와 빗대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다수당이 되고 여당이 되도록 만들어주셨다. 그것은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정책을 펴 나가도록 하는데 권한을 위임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우리를 다수당으로 만들어줌으로써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기를 바란다는 그런 책임도 우리에게 부여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이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가야 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한 뒤, "지도부에서 그동안 애도 많이 쓰고 고민도 많았고, 또 많이 참았지만 다수당으로서 국민들 앞에 더 큰 그림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당 지도부의 강행방침을 거듭 힐난했다.
그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그렇게 노력할 때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에 야당들과의 대화를 주문했다.
박 전 대표의 작심 발언에 회의장은 크게 술렁였지만 박 전 대표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정면만 응시하며 '할말'을 거침없이 했다.
박 전 대표 측근에 따르면, 박 전 대표의 이 날 회의 참석 결정은 측근들과 사전협의도 하지 않고, 당 지도부에 사전통보도 없이 박 전 대표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대표의 이날 발언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끝까지 대화로 타결이 되면 정말 좋겠다"며 강행처리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 지도부와 친이계가 쟁점법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데 대해 작심하고 급제동을 걸고 나선 양상이어서, 앞으로 친박계가 박 전대표 입장을 지지하며 나설 경우 한나라 지도부의 강행처리는 사실상 무력화되고 이에 따라 당내 갈등이 재연되는 등 일파만파의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가 방송법 등 85개 법안을 모두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천명하고 나선 마당에 박 전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대표간 전면 대립까지도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