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나쁜 FTA", 연내추진 논란
야당-시민단체 반대 목소리 높아져, 정부여당 고민
연내 비준에 반대해온 야당들은 일제히 저지하겠다는 입장이고,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조차 연내 비중 강행에 회의적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일관되게 한미FTA에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한미 FTA가 양국의 무역 및 투자 결속을 증진시키지 못하고 있다(2월11일)”, “한미 FTA가 자동차와 쇠고기 등 무역 핵심산업 보호와 환경, 노동 등 신통상정책의 기준들에 맞지 않는다(2월18일)”고 상원시절부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고, 심지어 경선과정에는 한미 FTA를 "결함이 있는 나쁜(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에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팔면서 미국차는 수천대밖에 수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미국자동차노조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문제는 지금 GM 등 미국자동차 빅3가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자동차산업 몰락의 근원은 국제경쟁력 상실이다. 하지만 빅3가 고용 등 미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만큼 '정치인' 오바마는 자동차노조 등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든 처지다. 때문에 1차적 희생양이 한미FTA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미FTA는 개인적으로는 꼭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의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FTA는 경제가 잘될 때는 되기가 쉬운데 경제가 어려워질 때, 특히 실업률이 올라가고 할 때는 정치적으로 잘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통과시킬 수 있었던 것도 경제가 좋았기 때문인데 지금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NAFTA를 재검토하자는 얘기도 나오지 않느냐"라며 "한.미FTA가 빨리 되면 좋지만 미 경제가 좋아지기까지 한동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당기간 한미FTA 체결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실련도 6일 논평을 통해 연내강행 처리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정부여당에 대해 "현실을 모르는 순진한 주장이거나 또는 자신의 주장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논리"라고 질타한 뒤, "우리나라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압박은커녕 향후 진행될 통상협상에 있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재협상요구가 예상되고 있는 때에 우리의 마지막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비준동의안마저 내버리는 것은 치열한 통상협상과정에서 스스로를 묶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연내비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실련은 또 "우리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했는데도 추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굴욕외교’라는 비판 또한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강행하고 그후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해올 경우 '쇠고기 재협상' 요구로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내에 반드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FTA 문제에 있어서 저희들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연내추진전략이 오바마 당선으로 인해 많은 고전을 당하지 않겠느냐 싶다"며 비관적 전망을 하면서도 "하지만 긴 안목에서 일정대로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FTA 연내비준 논란이 심해지자, 정부여당 일각에서는 오는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G20 긴급정상회담때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자의 의중을 탐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단호한 반대입장을 고수할 경우 국내적으로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처리해봤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난 4월 이 대통령 방미때 의중을 타진했다가 민주당의 펠로시 하원의장으로부터 일축을 당한 바 있어, 이 대통령의 오바마 의중 타진이 도리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대도 나오고 있어, 정부여당의 고민은 깊어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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