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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美대선은 '경제 망친 부시' 심판장

[김동석의 뉴욕통신] 엔론사 회계부정스캔들의 교훈과 대선

2002년, 거대한 미국 기업의 회계 부정 사건이 터져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고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라크를 공격해야 하는가에 모든 미디어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폴 오닐 당시 재무장관이 심각하고 긴급성이 있는 사안이라고 짜증을 내면서까지 보고를 하는데도 관심은 딴 곳에 가 있었다. 오직, 2년 후(2004년)의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하려면 이라크 전쟁은 필수라고 강조한 ‘칼 로브’의 목소리만이 귓전을 맴돌고 있던 터였다. 책사 로브의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전 세계에 위대한 미국의 힘을 과시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자 대통령의 신화를 만들게 된다”라는 사탕발림 유혹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마음이 들떠 있었다.

재무장관의 보고를 검토한 대통령은 여론의 눈이 쏠리기 전에 적절한 수습에 나설 것을 재무부에 명령했다. 당시 ‘폴 오닐’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의 회계 부정사건에 대통령의 한마디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오닐 재무장관은 당시 매주 일요일 아침 TV(Fox News Sunday)에 나와서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사건인 ‘엔론사 사태’에 관해 설명을 했다. 오닐 장관은 자신의 진심인지 아니면 업무상 그렇게 할수밖에 없어선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 당시 사태에 대해 “자본주의의 묘미”라고 이해를 구하면서, 엔론사 사태를 가리켜 “사람들은 좋은 결정도 하고 나쁜 결정도 한다. 그러곤 결정에 대한 대가를 치르거나 열매를 갖기도 한다” 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했다.

당시 폴 오닐의 말은 틀렸다는 것이 곧 입증됐다.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파산으로 수천명의 직원은 일자리와 평생 모은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었지만 고위 경영진은 오히려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겼다. 미국 경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좋은 선택을 하든 나쁜 선택을 하든 상관없이 부자가 되는 반면에, 나쁜 결과는 노동자들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엔론의 경우 고위 경영진은 자사의 가치를 과대평가했고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거짓말로 직원들을 안심시키며 연금을 회사 주식에 투자하라고 회계를 조작했다. 동시에 주식을 팔지 못하게 규정을 만들면서 자신들은 거금을 챙겨서 빠져 나갔다. 엔론이 붕괴하기 직전에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케네스 레이(Kenneth Lay)는 조용히 지분을 팔아서 11억 달러를 챙긴 사실이 이후 밝혀졌다.

주가가 85달러에서 26센트로 폭락하면서 엔론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상위 7위에서 하루만에 파산기업으로 추락했다. 고위 경영진 29명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총 11억달러를 현금화 했지만 직원들은 휴지조각이 된 주식을 움켜잡고 거리에서 울부짖게 되었다. 고위층 몇 사람의 사기행각으로 직원 수천명의 저축과 연금과 일자리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엔론은 미국에서 그 정치적 연줄이 가장 확실한 기업이었다. 조지 부시 가문의 오랜 자금줄이고 아버지 대통령, 아들 대통령과 가장 오래된 친구집안이다. 워싱턴 정계에 거미줄 같은 인맥을 깔아 놓았으며 딕 체니 부통령과 의회내 양당의 지도자들에게 정치자금을 정기적으로 상납했다.

조지 부시와 딕 체니는 에너지 계획을 엔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당시 전국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 엔론은 당파를 가리지 않고 돈을 뿌렸기 때문에 상원의 3/4이 , 하원의 절반이 엔론의 돈을 집어 삼켰다고”고 대문짝만한 보도를 했다.

엔론사태는 필자에게 아주 충격적인 의미를 전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아무리 거대한 사건이라도 주류사회의 주고받는 놀음이라서 진지하게 들여다 보질 않았는데 엔론은 달랐다. 바로, 사회 하부구조의 시민들의 경우 이제부터는 상류층 몇몇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일상 생활이 날아가고 한 순간에 인생이 풍비박산이 난다는 것을 실제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엔론사 회계 부정사건은 정말로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사회.경제.정치적인 약자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소중한 소수계 이민자인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더 각별하다.

필자는 당시 이라크 전쟁보다는 이 거대한 회계부정 사건인 엔론사 사태에 관심이 더 갔다. 집단적인 사기사건이고 권력형 비리스캔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엔론사의 감사가 한인 3세인 ‘웬디 그램’ 이었다. ‘웬디 그램’ 은 레이건 때부터 정부의 고위직을 지냈으며 사건이 터질 당시엔 선물거래를 감독하는 선물거래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웬디 그램은 하와이 이민3세이다. 그녀의 남편 필 그램 의원은 공화당내에서 가장 강경한 자유방임주의 시장경제론자다. “ 정부의 규제와 참견이 없어져야 기업이 잘 된다” 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3선의 전직 상원의원이다.

‘필 그램’이 상원 금융위원장으로 있던 1998년과 99년에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기업을 위한 모든 법적인 규제가 철폐되었다. 저 유명한 '선물계약 현대화법'이 바로 필 그램 의원의 작품이다. 그는 그밖의 금융규제 완화도 주도해 월스트리트 투자회사들의 영원한 VIP로 대접받았다. 월가발 금융위기로 미국경제가 거의 만신창이가 되자, 경제전문 미디어들은 일제히 ‘필 그램’ 책임론을 언급하고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10월3일 ‘7천억달러 금융구제법안의 가결’의 의사봉을 두드리면서 "그때, 엔론사 사건이 터졌을 때 정신을 차렸으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는 뒷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0여일 남겨둔 미국 대통령선거전의 최대 이슈는 경제문제이다. 우선은 이 지경이 된 경제정책 실패를 엄격하게 묻고 따져야 할 것이다. 금융대란으로 인해 장기적인 경기침제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 양당의 후보는 경제를 살릴 적임자가 서로 자신이라고 우기고 있다.

유권자들은 거대기업이나 금융회사를 위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정치적 목표인양 밀어 부쳐온 정치세력을 응징해야 할 것이다. 그들 정치인은 “한번 잘못 판단했다”고 변명하겠지만, 그로 인해 메인스트리트의 일반 서민들은 일자리가 날아갔고 노후 연금이 사라졌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후보는 자신은 경제를 잘 모른다며 월가 위기의 주범인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을 앞장 세웠다.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은 지난 8월 언론들이 월스트리트에 주홍색등이 켜졌다는 경계음을 울리자 “ 미국은 정신적 침체에 빠진 투정꾼(whiner)들의 나라"란 발언을 했다. 투정꾼이란 서브프라임 모게지 사태로 주택을 잃게 될 처지의 서민 주택 소유자들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의 발언은 큰 파문을 일으켰고, 맥케인 진영에 대한 반발과 비난이 잇따랐다. 존 맥케인은 즉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그램의 말에 동의할 수 없다“라고 서둘러 진화를 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경제가 휘청대자 공화당이 목숨을 걸고 주장해 온 ‘작은 정부’ ‘규제 철폐’ 주장이 지금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9월18일 5개의 투자은행이 날아가자 부실경영인들은 나라가 망한다고 긴급하게 금융구제(Bailout)를 요청했다. “배째라...”였다. 한술 더 떠서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은 정부는 돈만 내놓고 참견을 말라고 했다. 얼마나 국민(서민)을 ‘졸’로 봤으면 그렇겠는가?

일주일이 지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선은 이미 경제책임론으로 판세가 결정이 나고 있다. 조지 부시 3기라는 공격을 받고있는 존 맥케인측이 크게 당황했다. 10월7일, 내쉬빌에서의 2차 후보 토론회에선 산전수전을 다 겪은 72세의 노련한 정치인 맥케인이 무대를 안절부절 오가면서 다혈질의 성질이 나오려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언뜻 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30여년 아래인 오바마 후보의 침착하고 냉정한 모습에 비교되는 서글픈 광경이었다.

공화당의 마지막 희망은 조지 부시와의 거리두기에 얼마나 성공하는가에 달려있을 듯하다. 전국의 공화당 선출직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부시와의 거리두기에 여념이 없다. 그가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일으켜 실패를 했고 그로 인하여 국가재정을 바닥냈으며 동시에 경제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번 11.4대선에서 부시 행정부의 8년에 걸친 과오에 대한 미국인들의 응징투표가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에 대한 관심과 함께 대선의 결과가 한반도에 미칠 경제와 외교안보에 대한 걱정으로 좀체 밤잠을 이루기 어려운 대선국면이다.

월가발 금융위기가 연일 세계경제에 태풍을 불러오면서 미국뿐 아니라 각국의 경제도 함께 휘청이고 있다. ⓒ 위키피디아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11.4대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후보들이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질 정도로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는 ABC TV의 보도내용. ⓒABC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8 24
    시제스

    언제고 기독우익 이데올로기를 뿌리채 뽑아내야
    이번에 오바마가 이겨도 빠른 시일 내에 미국에 있는 기독교 원리주의 극우주의를 뿌리뽑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세계적인 재앙이 또 생길 수 있습니다.
    경제 망치고 안보 망친 부시가 오늘날까지 집권할수 있었던 이유, 필 그램과 웬디 리 그램이 국가를 이토록 망칠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가 바로 남부 기독교의 원리주의와 극우이념으로 정신무장된 기독교표가 무조건 부시를 지지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 공화당 우익, 군산복합체, 기독교우익이 연합해서 지난 8년간 국가를 잘말아먹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집권하는데 표를 몰아준 일등공신은 단연 기독교우익입니다.
    이런 극단주의가 기독교 안에 침투해서 묻지마 적인 신앙으로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면 로널드 레이건도 믿고 부시도 믿고 부시같이 극단적인 기독교 우익 정치인 새라 페일린을 여선지자 처럼 받들어야 하는 끔찍한 세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이들과 같지 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던 아니던 정신적으로 심하게 고통받습니다. 기독교가 타종교에만 배타적인게 아닙니다. 같은 기독교 안에서 정치사회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먼저 따돌림당하고 고통받습니다.
    (그리고 그 기독교 안에서 정치사회 이념이 달라서 따돌림 받는 사람들은 달리 갈만한 교회도 다른 종교도 없이 정신적으로 심하게 고통받습니다.)
    이번 선거에는 기독 우익의 힘이 약해지겠지만 언제 또 이 세력이 묻지마 신앙과 우익이념으로 정치적 부활을 할는지 모릅니다.
    양식있는 시민들이 기독교 안에 있는 우익 이데올로기부터 확실히 척결해야 합니다.

  • 8 35
    스쿠루지

    돈잡아먹는 이라크 미군은 안빼나?
    록펠러 집안 재산 보호용이지?

  • 33 11
    111

    집을 잃고 텐트에 기거하면서 사는 미국인들이 많다.......
    북한이 더 불쌍하다..추운겨울이 오는데
    돌아보면 몇십년동안 뭔짓을 한건가..
    으르렁으르렁..10년동안은 안했다. 배로갈거
    철도로 갔으면.지금어떡게 변했을지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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