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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로브의 '기대치 차별화 전략'

[미 대선 부통령후보 토론회] 페일린, 50점 맞고도 "선방했다"

2004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모든 전문가들은 해박한 달변가인 ‘존 케리’ 민주당후보가 토론회에서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리는 현직의 조지 부시에 비해서 오히려 각 이슈를 훨씬 더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더구나 국가현안인 외교안보 분야에선 최고의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론회 직전, 유권자들 사이에선 당연히 케리는 부시에 비해서 토론을 잘해야만 한다는 높은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토론회 결과, 물론 부시보다 케리가 잘 했지만 부시가 예상했던 것에 비해서 성실하게 잘 했다는 평가로 오히려 지지율이 올랐다.

조지 부시는 그렇게 올라간 지지율을 선거일까지 잘 유지해서 결국에 재선에 성공을 했다. 토론회를 앞두고 유권자의 기대치를 낮춘 부시 전략가 ‘칼 로브’의 유명한 히트작품인 “기대치 차별화 전략”이다. 부시는 2000년 선거전에선 후보토론회에서 지나치게 자신감을 드러내 보였던 앨 고어가 토론 중에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는 바람에 반사이익을 챙겼을 정도로 매번 운이 따랐다.

대통령선거 종반전 판세의 변수로 주목을 끌어왔던 부통령후보 토론회가 별 일 없이 싱겁게 끝났다. ‘젊은 보수’를 내세운 신인 여성정치인 ‘새라 페일린’과 35년 상원의원 경력의 노회한 프로 정치인인 ‘조 바이든’의 토론회는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예상을 뒤엎고 전국 정치권에 혜성같이 나타나서 반짝반짝 인기를 누리며 존 맥케인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새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는 그동안 구체적으로 미디어를 만나는 일을 극도로 기피해 왔었다.

전당대회장에 깜짝 후보로 나타나서 미디어에 이미지만을 제공하고 국민들에게 호기심만 자극했다. 모든 미디어가 사력을 다해서 접근을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단 한번 ABC의 ‘멜 깁슨’과의 인터뷰에서 잠깐 불안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의구심만을 증폭시켰다. 뉴욕타임스는 “그녀는 확신에 찬 어투와 호감이 가는 언변이 장점이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능력(자질) 부족을 숨기기 위해서 모든 문제를 일반화 하는 경향이 있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었다.

1984년 민주당 ‘제럴린 페라로’와 아버지 ‘조지 부시’ 대결 이후 역사적으로 두 번째의 남녀 부통령후보간 토론회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렸다. PBS방송의 흑인 여성앵커인 그웬 아이필의 사회로 90분 동안 진행 되었다. ‘새라 페일린’은 선거승리를 위한 공화당의 신상품일 뿐이지 숨겨놓았던 무기는 아니었음이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그녀는 공화당 전략가들이 선택한 그야말로 전략적 후보일 뿐이다. 존 맥케인에겐 관심을 주지 않는 미디어를 끌어 오기위한 방편이었다.

그러한 역할엔 성공을 거두었지만 부통령 후보간 대결에선 자질과 능력에선 차이가 확연했다. 부통령 후보 토론회는 초반부터 금융위기와 감세, 증세 등 경제문제를 놓고서 격돌했지만 그녀는 높은 톤의 낭랑한 목소리에 걸 맞는 자신의 아이디어나 새로움은 없었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 없고 단발적인 답변이 아니면 상대를 비판하는 토론으로 땜빵을 했다.

상대인 ‘조 바이든’이 이라크 전쟁이나 외교현안에 관해서 소신토론을 유도했지만 그녀는 존 맥케인의 입장만을 언급하면서 일반론으로 일관했다. “새라 페일린은 조 바이든의 격한 토론으로의 유도에 말려들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했다. 실력부족의 지적이나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역력했다”란 조심스럽고 무미건조한 평가가 토론 직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려고 작정했던 바이든은 기대 이하의 싱거운 토론회를 아쉬워했다.

사회자의 금융구제법안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된 토론에서 페일린은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여유를 찾아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페일린이 토론회에서 인기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수 없이 무난하게 넘겼다”라고 평가했다. 페일린은 예상질문을 만들어서 통계의 수치와 외국지도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외워왔다. 바이든이 자신있게 설명하고 상대입장의 허점까지도 지적하는 것에 비해서 페일린은 목소리를 높여서 반복적으로 오바마를 비판했다. 오히려 바이든을 수세로 모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이끌기도 했다.

토론회의 성적은 바이든이 높지만 분명히 페일린은 예상보다 잘했다. “페일린은 분명히 실수를 할 것이다”란 예상을 하도록 했던 칼 로브를 포함한 공화당 전략가들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리게 한 결과였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바이든의 합격라인을 70점으로, 페일린은 50점으로 이미 만들어 놨던 것이다. 이제 한달여 남은 미국대선은 여전히 월가를 창궐하고 있는 금융위기 속에 앞서고 있는 오바마와 맹추격하는 맥케인 간 치열한 대결은 막판 전력질주를 통해 최종승자를 결정할 것이다. 미국과 세계의 향후 5년간 운명에 대한 결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2008년 대선 부통령후보간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왼쪽) 후보와 공화당의 새라 페일린 후보가 손을 맞잡고 서로 격려하고 있다. ⓒ 폭스뉴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3 개 있습니다.

  • 9 13
    r77

    토론 상관없다.
    네가티브 광고 많이 퍼붓는 쪽이 이긴다.

  • 13 12
    미국정치전문가

    새라 페일린 어제 그러고도 참패했습니다
    토론회 직후 각 설문조사에서 조 바이든이 새라 페일린보다 훨씬 더 잘했다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페일린이 워낙 경력이 일천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다 보니까 바이든은 페일린을 공격하지 않고 존 매케인에게 융단폭격을 가했는데 페일린은 설득력있게 매케인을 방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매케인은 얼마전만 해도 오바마와 팽팽하게 맞서던 경합주에서 계속 밀리고 있으며 미시간주에서는 아예 패배를 인정하고 철수했습니다. 페일린은 어제 생각보다 잘했다는 것 뿐이지 언론에서 다시 비디오 틀어서 보여주는데 사회자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안하고 외운대로 말하기를 많이 했으며 다른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페일린은 어제 분명히 북한에 대해 경제제제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는 현 상황에서는 오바마 바이든과 민주당은 물론 부시 라이스를 비롯한 공화당에서도 반대하는 방법입니다. 단 네오콘들은 예외로 찬성인데 매케인이 북한에 대해 네오콘 수준으로 강경합니다. 페일린이 북한에 대해 별로 잘 알리는 없고 그녀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제 발언은 매케인의 뜻을 전달한 것입니다.
    어제 페일린은 분명히 찰리 깁슨 (영화배우 멜 깁슨이 아닙니다) 케이티 커릭과 했던 코메디같은 인터뷰보다는 잘했습니다. 하지만 그 두 인터뷰가 칼 로브계열 맥케인 참모들이 의도적으로 망치도록 계획했던 페일린이 워낙 미본토이슈와 국제정세에 무식해서 망쳤던 간에 페일린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준 것은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제랄린 페라로가 아니라 제랄딘 페라로입니다. ABC의 멜 깁슨이라고 쓴것도 찰스 깁슨으로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읽기 너무 민망합니다.

  • 9 5
    asdf

    페일린은 페인(Pain)이다
    이 여자 콘텐츠가 없다.맥케인은 허수아비.한마디로 막가파식의 무식한 인간들이다.이런 인간들이 권력을 잡으면 전세계는 페인(pain)이다.부시가 나의 말을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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