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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범죄'를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

[김동석의 뉴욕통신] '멍청한 부시', 써준대로 읽기만...

"경제문제, 염려할 것 없다. 왜냐하면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의 염려에 찬 문제 제기에도, 경기침체에 대한 미디어의 분석기사에도, 심지어는 온 국민들이 두려움에 움추려 들고 있음에도, 오직 한사람, 조지 W. 부시 대통령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른 척 하려는 결심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부시 대통령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프레디맥과 패니매에 긴급하게 2천억 달러의 국고를 지원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 건강한 경제 ” 타령이었다.

새 주가 시작하는 월요일인 지난 15일, 새벽발 <불룸버그통신>에는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타전되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뉴욕남부 지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꼭 두 시간 후, 시민의 손에 배달된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투자은행 순위3위의 메릴린치가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되었다는 뉴스가 실려 있었다. 158년의 리먼 브라더스가, 94년의 메릴린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의 일이다.

그리고 새벽 6시가 지나면서 CNN, NBC, ABC..등 모든 미디어가 월스트리트의 쓰나미가 미국을 덮친다고 보도했다. 곧 이어서 국민의 노후연금을 관리하는 AIG(America International Group) 에 공적자금 850억 달러를 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의 발표가 나왔다.

세계적인 5개의 대형 투자은행 중에서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이렇게 3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9월14일, 일요일은 역사가들에게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로 기록되었다. 레임덕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한가롭게 남부지역을 순방하다가 급거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오른쪽에 폴슨 재무장관을, 왼쪽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장을 앉히고 고백적인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냥 “ 긴급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그리고 꼭 나흘 후에 골드만삭스가, 그리고 모건스탠리가 투자은행에서 일반 상업저축은행으로의 기업구조 변경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신청했다. 버냉키 이사장은 이를 승인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다시한번 더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란 성명을 반복해서 냈다. 그리고 다시 국민앞에 나와서 “우리가 다 망하게 되었다. 지금 빨리 국고에서 7천억달러를 꺼내어 월스트리트에 줘야 한다”고 하였다. 대통령 설명은 그냥 누가 써 준 것을 읽기만 하는 것 같았고, 그는 이러한 상황이 국민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게 될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신경제주의의 사생아였던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고 낳아왔던 5개의 투자은행이 월스트리트에서 완전하게 사라졌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이렇게 5개의 투자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이란 거대한 국가의 경제에 그야말로 두려움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21세기 문턱에서 새롭게 생겨난 신종 직업인 펀드 매니저, 스톡 브로커, 금융컨설턴트들은 그야말로 한동안 돈벌이 요술방망이를 잘 써 먹어왔다.

그들은 제조업으로 들어갈 투자를 고리대금업에 투자했다. 높은 이자놀이 마당을 만들어서 고객을 끌어 들이고 고객에게 주고도 남은 이자 돈이 연봉 백만달러였고 연봉 3배의 보너스였다. 그래서 40대 조기은퇴가 유행이었고 30대에 섬나라를 소유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황금알을 쏟아내는 정체불명의 거위를 부러운 마음에 구경만 한 죄가 지금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BAILOUT)이다. 7천억 달러는 베트남전쟁비용을 훨씬 초과하는 액수이고 미국의 일년 국방비를 초과하는 액수이다. 이라크 전쟁에 들어갔던 비용을 모두 합해도 이보단 적은 액수이다. 7천억 달러는 정부가 법적으로 낼 수 있는 구제금융 최대한도액이다.

부시 대통령은 국고에서 7천억달러를 월스트리트에 줄 수 있도록 의회에 승인요청을 했다. 상.하 양원의 금융위원회가 회동을 했다. 의원들이 우선 이 울화통 터지는 현실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건강한 서민들이 밤낮으로 꼬박꼬박 땀 흘려서 낸 세금을 그냥 몽땅 월스트리트에 있는 망한 기업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것에 바쳐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정치인들이 어떻게 견디겠는가?

긴급하게 위원들을 소집한 하원금융위원회 바니 프랭크 위원장은 우선 스스로가 현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시장의 논리 즉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맡겨다간 서민들이 내 몰린다, 그래서 적어도 금융시장만은 정부가 통제하고 규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프랭크 위원장의 30년 의정생활 부르짖음이었고 소신이었다. 연방의회 535명의 의원들 가운데에 가장 설득력 있게 서민들(소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소문난 그는 분을 삭히느라 5시간 회의 동안 화장실을 7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매샤추세츠주 출신인 프랭크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일본군위안부결의안 동의를 요구하는 필자에게 정당한 일이라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섰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다. 그는 “서민들의 주택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 월스트리트 경영인들에게 년봉의 상한선을 정해라, 국민의 세금이니만큼 국민이 정부가 철저하게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무장관에게 다그쳤다.

상원 금융위원장인 크리스토퍼 도드 코네티컷 출신의 상원의원은 “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말로 나라가 거덜이 난다. 하긴 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노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을 취재진이 듣고서 오히려 동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7천억달러에 달하는 국고는 지금 국가에 있는 돈이 아니다. 그것이 문제다. 이라크 전쟁으로 이미 국가재정은 그 적자폭이 거의 5천억달러에 달했다. 지금부터 7천억달러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채권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팔아야 할 형편이다. 동시에 복지기금, 국민은퇴연금에 손을 대야 할 형편이다. 경제를 망친 이 자본가들의 죄가 얼마나 큰지는 언론의 집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전국지인 <USA 투데이>에서는 피해액이 2001년 9.11테러의 2배가 넘는다고도 했다.

공화당 정책은 '작은 정부'가 원칙이다. 국가기관의 통제와 규제를 최대한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80년대 레이건시대 이후에 이러한 경제(시장)논리는 최대한 강화되어왔다. 자본가와 기업가의 세상이 되었다. 거기에 발 맞춰 정부, 정치권에 이들의 금전로비가 판을 치게되었다. 신용이 있어야 대출이 허용되는 규제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신용이 없어도 높은 이자율에 동의만 하면 얼마든지 대출을 했다. 소문으로라도 시장을 활성화 시키면 증시가 호황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지각변동 수준의 사건이 정경유착의 대명사인 엔론 회계부정사건이다. 엔론 사건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정신만 차렸으면 이러한 사태를 막을 수가 있었다고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국가를 망치고 말았다"는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정말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붕괴는 유통업을 마비시키고 다음엔 대대적인 실업이 발생한다. 꼭 50일만에 실물경기(소비자)에 그 충격이 온다고 한다. 대대적인 실업사태는 곧바로 사회의 불안을 부추킨다. 복지기금의 축소는 대도시 극빈자들에 대해 먹을거리를 찾아서 거리로 나가도록 한다. 순식간에 범죄자로 둔갑한다. 1960년대 LA의 왓츠 폭동이 그것이고 우리 인근의 뉴왁폭동, 1992년 LA 4.29폭동이 바로 그래서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에서의 돈벌이 요술방망이로 고리대금업은 하지 말라는 경제원리를 무시한 죄값이 지금 쓰나미로 밀려오고 있음이다. 몸을 낮추고 숨겨야 할 판이다.

방망이가 너무나 커질대로 커짐에 따라 한참동안 돈벌이 요술방망이로 군림했던 그 방망이는 이제 미국과 미국민들을 망쳐버린 주범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동안 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이자,미국을 상징했던 이들 투자은행들은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아니고 높은 이자를 받아서 고리대금업만을 양산했고 그 결과는 미국민들의 연금과 노후자산을 깎아먹는 재앙으로 돌변한 것이다.

백만달러 연봉과 연봉 3배의 보너스를 자랑하던 소위 금융전문인들, 소위 펀드매니저, 스톡브로커, 투자컨설턴트 등으로 불리며 21세기 문턱의 신종직업군으로 각광받던 이들이 알고보니 고리대금업을 부추고 또 키워 와서 시민사회를 이렇게 만들고 만 것이다. 과연 미국민들이 11월 열리는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에서 그 잘못을 명쾌하게 응징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선거전이 주목되는 또다른 이유다.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가 미국의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래 초유의 위기국면에 빠져들었다. ⓒ 위키피디아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6 개 있습니다.

  • 15 14
    111

    미국에서 판매되는 금화가 생산이 중단- 이제 곧 시작이야..
    미국은행에 그나마 있던 돈들은 빠져나와서
    유가나 원자재나 금은동 으로 안전자산쪽으로
    옮겨간다..7000억달러 최종합의가 나올때가 되었다.

  • 25 12
    쥐섹휘전문가

    뷰스앤뉴스... 기사 수준이 넘 좋다...
    조중동, 포털에서 이런 수준의 기사를 보았던게 언제였지...?
    사주 입맛에 따라 사실을 짜집기하는 찌라시완 그 수준이 다른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정확하게 전해준다.....
    뷰스앤 홧팅~~~~♬~~

  • 16 17
    111

    주택가격이 천정을 뚫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익이 배가 되도록 만들어진 구조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줄줄이 파산하는 구조로 .333 하나더 알려주지.
    유가 원자재값의 폭등. 인플레로 파산은 계속된다.

  • 16 12
    111

    333은 미국에 대해 연구도 안해봤어...
    달러와 군대로 만들어진 나라.
    히틀러가 미디어를 어떡게 이용하여 전쟁을
    일으켰는지 찾아보면 있을거야
    미국 경제가 망할려니 미디어를 이용 이라크 전쟁했다.

  • 17 11
    111

    쥐쌔끼가 하고자하는것이
    작은정부 금융규제완화. 공룡은행. 부동산규제완화
    전쟁...미디어 재벌기업탄생..등등
    히틀러와 미디어를 약간의 공부하면 뭘하고자하는지나와

  • 19 11
    asdf

    부시의 확실한 범죄-이라크전쟁을 도발하기 위해 국민을 속였다
    즉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후세인이 알카에다와 연루되어 있다고.그런데 그것은 전쟁획책을 위한 국민기만.이 점 하나만으로도 부시는 기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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