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인정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동덕여대가 급기야 손봉호 총장 퇴진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9명의 동덕여대 이사들은 5일 서울 시내 C 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손 총장 퇴진문제를 포함한 학내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발단은 손 총장의 총학 불신
표면적으로 바라보면 동덕여대 사태의 발단은 손 총장의 총학 불신에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 해 11월 29일부터 30일 양일간 제39대 총학생회 선거를 실시해 이 대학 국사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문수연 씨를 총학생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총학 선거 5개월만인 올 해 5월에서야 “학생회측이 선거인명부를 조작했다”며 총학 선거의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 총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문제로 인해 학교측과 학생회측은 심각한 마찰을 빚었고 급기야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제지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총학은 학교측의 느닷없는 총학 인정 거부는 “일련의 학교 정책에 총학이 강하게 문제를 삼는 등 학교측의 말을 안 듣기 때문”이라고 학교의 속내를 추측하고 있다. 특히 등록금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총학이 학교측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학교측이 총학선거 과정을 빌미로 총학을 무력화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손 총장 자신이 직접 나서 “총학생회가 반드시 있어야 하냐”고 노골적인 ‘총학 무용론’을 외친 것을 볼 때, 총학 부정선거 시비는 그야말로 ‘빌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총학의 인식이다.
지난 5월 "총학을 인정할 수 없다"는 학교측의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총장실을 점거한 동덕여대 총학생회 ⓒ 동덕여대 교수노조
“손봉호 총장, 학교운영 능력 한계 다달았다”
그러나 총학 인정 문제는 동덕여대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난 문제에 불과하다. 동덕여대가 안고있는 여러 학내 현안을 살펴보면 학교와 학생, 학교와 교수들에 있어서도 그 갈등의 골은 너무나 깊다.
지난 5월 1일 출범한 전국교수노동조합 동덕지회(지회장 정창석 교수)는 “더 이상 교수들이 학교의 일방적 전횡을 좌시할 수 없다”며 교수사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교수노조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진보적 교수들은 학교운영에 있어 손 총장이 비민주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 지회장은 “전체 교수회의에서 학교운영과 관련해 교수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손 총장은 '일부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며 덮어두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 지 회장은 “손 총장은 일부 보직교수들만 옹호할 뿐 소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서 “손 총장의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가 교수사회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손 총장을 성토했다.
반대로 손 총장이 “일부 보직교수들의 의견에 너무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동덕여대의 한 교수는 “학교 발전계획이나 정책 등 손 총장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보직교수들의 말만 듣고 그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대가로 보직교수들이 손 총장에 과잉 충성을 하고있다”며 "상호 공생관계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 단적인 예가 보직교수들이 스승의 체면도 내팽개친 채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과 멱살잡이를 했다는 것.
교육비 환원율 전국 꼴지 수준, 이월 적립금은 전국 최고 수준
대학 경영과 관련해서도 손 총장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것이 교수노조와 총학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3년간 동덕여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2003년 69.7%, 2004년 84.7%, 그리고 2005년 80%로 추정되는 등 전국 꼴지수준이다. 교육비 환원율이란 한 학생이 1백원의 등록금을 납부했다고 가정할 때, 해당 학생이 학교측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느냐를 가늠하는 척도다.
2005년도 동덕여대 교육비 환원율 80%는, 학생 1인이 1백원의 등록금을 내고 80원밖에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4년도 동덕여대 교육비 환원율은 전국 1백94개 사립대 중 최하위권인 15위를 기록했다. 반면 1위를 차지한 포항공대의 교육비 환원율은 무려 1149.3%였다.
그럼에도 동덕여대가 매년 쌓아가는 재단 적립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수노조 동덕지회에 따르면 동덕여대의 이월적립금은 ▲2003년 2백1억원 ▲2004년 1백54억원 ▲2005년 2백억원(추정)에 달한다. 누적 적립금만 1천6백93억원에 달하고 있다.
교육비 환원율은 전국 꼴지 수준이지만 동덕여대가 쌓아두고 있는 쌈짓돈은 해마다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 지회장은 이러한 학교의 방만한 경영 실태에 대해 “이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손 총장을 볼 때 이미 총장으로서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사회, 손 총장 퇴진 포함한 모든 학내 현안 논의키로
한편 지난 달 28일 동덕여대 이사회에서는 학생들과 교수노조의 완강한 저항으로 손 총장을 비롯한 학교측 인사들은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이 날 이사회에서는 ▲2005년도 결산보고와 ▲계약교수 재계약 안건만 상정해 처리했을 뿐 ▲2006년도 추경예산안은 논의조차 못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이사회는 5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다시 이사회 간단회를 갖고 현재 논란이 되고있는 총학 인정 문제에서부터 복잡한 학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는 방침이다. 손 총장 퇴진 문제도 논의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동덕여대 박경양 이사는 <뷰스앤뉴스>와 통화에서 “이사들이 바라보는 학내현안에 따라 여러 안건들이 자유롭게 게진 될 것”이라며 “손 총장 퇴진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손 총장 퇴진 문제와 관련 “손 총장 문제는 개인문제라기 보다는 그를 보좌하고 있는 보직교수들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최종 책임자는 총장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손 총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손 총장이 퇴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