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환은 전국 지방의원중 '돈황제'였다
수백억 자산 앞세워 '돈'으로 의장 등극, 지자체 부패 위기
김귀환 서울시의장(60)으로부터 수표를 받은 서울시 시의원만 30명이란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더니, 김 의장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시의원들은 더 많다는 주장이 민주당에 의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현역의원 여러명도 돈을 받았으며 그 액수도 1인당 몇백만원 정도가 아니라 개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을 받았다는 얘기도 급속 확산되고 있다. 여권 실세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에다가 '김귀환 스캔들'이 풍문처럼 초대형 비리 스캔들로 발전할 경우 정부여당은 집권 초반에 "무능한 부패"로 낙인 찍히면서 치명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이미 오래 전 예고된 것이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06명중 100명을 한나라당이 독식하고 있다. 말이 서울시의회이지 '한나라 서울시의회'다.
올 들어 서울시의회의 새 의장을 뽑는 선거가 있게 되자,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100명 가운데 50명 이상이 출마를 생각했을 정도로 연초부터 열기는 심상치 않았다.
서울시의회 의장이란 자리는 결코 간단치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 의장은 연간 20조원의 서울시 예산을 심의하는 기구의 장이다. 또한 건설공사 등 각종의 인허가 관련 조례 등을 만드는 곳이다. 건설업계의 이익 규모를 결정할 아파트 용적률이나 학원업계의 최대 민원인 학원 영업시간 연장 등, 각종 업계의 민감한 이해가 걸린 사안을 만지작거린다. 특히 경기침체로 정부가 대대적 건설경기 부양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서울시 의회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뿐만이 아니다. 관행적으로 전국시도의회 의장단 대표를 맡아 전국을 호령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국회의원 진출이 따놓은 당상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도 제6대 서울시의회 의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의원이 됐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의장 자리를 놓고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나라당내 각 정파가 앞다퉈 이 자리를 차지하려 합종연횡을 거듭 했고, 당선을 위해선 자금 살포도 서슴치 않다가 끝내 '김귀환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그것도 반대편의 제보로.
치열한 이전투구 속에서 김귀환 의장이 승리할 수 있었던 근원은 '돈'이었다.
김귀환 의장은 전국 지방의원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은 지방의원'이다. 그는 올 3월 공직자 재산공개때 188억원을 신고해 전국 지방의원 중 랭킹 1위를 차지했다. 세칭 지방의원 중 '돈황제'였던 것.
김 의장은 충남 금산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의류업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대표적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00억원대의 건물·토지를 갖고 있는 부동산 갑부이자 여성 패션업체 (주)마드모아젤의 소유주이자 패션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이처럼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2002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첫발을 들였으며, 2006년 광진2선거구에서 당선된 뒤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지난 6월18일 의장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그가 이렇듯 승승장구하는 데 원동력이 됐던 것이 '돈'이었음은 최근 수사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돈의 힘'으로 20조원 서울시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의 의장이 선출됐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중차대하다. '투자한 돈' 이상을 회수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가 복마전이 되면, 서울시도 복마전이 되게 마련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한 말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부패처럼 순식간에 감염되는 것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시의회를 비롯해 부산시의회 등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에서 유사한 의장 선거 관련 비리스캔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는 전국 지자체가 부패할 위험에 직면했다는 적신호다. 지방자치가 붕괴될 최대 위기에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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