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정부의 탁상 미분양 대책 때문에 한달새 4천가구 가까이 폭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만가구를 돌파, 건설업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쓰러지는 건설사들이 속출, 부도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정부의 미분양 대책은 미분양 촉진책?

14일 대구시의 월간 미분양 아파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2만801가구로 전달보다 무려 3천945가구나 증가했다. 이는 대구시가 지난 2000년 미분양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다.

지난 5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가 1만6천856가구이던 것이 한 달 사이에 이처럼 폭증한 것은 정부의 구먹구구식 6.11 부동산 대책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6.11 대책을 통해 미분양 계약자를 대상으로 한 취득.등록세 50% 인하, 미분양 아파트 구매자에 대한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6.11 대책이 올해 6월12일 이후 발생하는 미분양 주택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가 수요자에게 외면받아 오히려 미분양이 증가한 것이다.

이같은 지방의 미분양 폭증 현상은 대구외 다른 지역에서도 엇비슷하게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탁상 정책에 대한 업계의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부도대란 급속 확산

이처럼 정부 대책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올 들어 일반 건설사 5곳 중 2곳 이상에서 올 들어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고 부도업체 수도 이달 들어 하루 두 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건설공제조합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 말 일반 건설사 1만2450곳 중 공사를 수주하지 못해 공사계약보증이나 하자보증, 선급금보증 등 공사보증서를 한 건도 발급받지 않은 업체는 3천200여개사로 무려 전체의 25.7%에 달했다. 이는 IMF사태 처음 있는 극심한 건설 불황이다. 1건 정도를 발급받은 업체도 1천900개사에 이르렀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하루에 한 개꼴이던 부도업체 수도 이달 들어선 하루 두 개꼴로 늘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부도를 낸 건설업체는 총 180개사로 지난해 동기(125개사) 대비 44.9%나 늘었다. 더욱이 이달 들어 부도업체 수는 8일 현재 일반건설사 6개, 전문건설사 9개 등 총 15개사로 하루평균 2곳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해 7월 한달 동안 쓰러진 16개사와 비슷한 업체가 1주일 만에 문을 닫은 것이다.

주택건설 전문업체도 올해 상반기에 30여개사가 부도를 냈고 700여개사가 미분양 등 경영 악화로 면허를 자진반납하거나 말소당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집단도산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대형건설사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대책만 만지작거리고 있어 지방건설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