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의 대형마트 홈에버가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과 섞어 판매하다가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대형마트에서조차 원산지를 속이고 대량 유통판매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기 때문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16일 "지난 15일 홈에버 인천시 구월점 식품매장에서 미국산 살치살 양념육을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기를 양념할 경우 원산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

이날 단속에 걸린 곳은 홈에버의 11개 매장 중 인천시 구월점 하나지만, 원산지를 속인 입점업체 '새아침'이 다른 10개 매장에도 입점해 있어 다른 점포에서도 해당업체가 미국산 쇠고기와 호주산 쇠고기를 섞어 '호주산'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관원은 현장에서 양념육 54kg을 압수하고 '새아침' 대표 김모씨(43)와 홈에버를 상대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에 적발된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되기 이전에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

'새아침' 대표 김모 씨는 농관원 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2.6kg밖에 섞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농관원은 지난 3월에도 납품업체 '새아침'이 미국산 쇠고기 150kg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 원산지를 속여 판매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관원은 납품업체 대표 김 씨를 농산물품질관리법상 원산지표시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을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홈에버는 이번 사태를 입점업체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나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 커다란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랜드가 비정규직 집단해고로 악명높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노동계에선 이랜드쪽을 향해 의혹의 눈길도 던지고 있기도 하다. 이랜드 해고자들은 그동안 이랜드가 입점업체들을 이용해 여러 가지 불법적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해왔다.

홈에버는 최근 홈플러스로 매각하기로 협정을 체결하고 현재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