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미국의 시민사회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극에 달해 있었다. 벌써 수년째 반전운동이 격화되어 왔으며 평화와 양심의 상징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 당했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세대간의 격렬한 당권 다툼으로 통제 불능의 마비상태였다. 존슨 대통령은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베트남전쟁에서 방황하고 있었으며 그의 각료와 참모들은 각각의 정치적인 계산으로 자리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층들은 무기력한 허탈감에 표류에 가까운 방황의 문화적 허무주의에 빠져들었다.
미국인들은 이러한 가치 상실의 공간에서 대통령선거를 맞았다. 민주당에선 당권을 쥐고 있는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 유지를 다짐받은 험프리 부통령을 후계로 지명했다. 공화당의 닉슨은 민주당의 분열만을 기대하면서 현상유지를 목표로 캠페인을 펼쳐 나갔다. 닉슨은 언론으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해서 민주당에게 사회혼란의 책임을 따지도록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혼란에 대한 두려움을 부추키는 일에 전념했다.
당시 리처드 닉슨은 히피족과 과격파 학생들, 그리고 도심지역의 흑인 소요에 겁을 먹고 침묵하던 다수의 중.하층 유권자들을 위로하고 달래면서 자신의 지지층으로 이끌어 내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분열은 실패의 길이고 그래서 ‘단합’만이 살길이라고 외쳤다. “닉슨은 곧 단합” 이란 등식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닉슨은 국가에 대한 어떤 공로나 특별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서도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민주당이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음에도 닉슨이 43.3%, 험프리가 42.6% 란 아주 근소한 차이였다.
차기 미국의 대통령으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 가 가장 유력하다. 성공하면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제도상의 수치로는 이미 이겼음에도 경쟁자가 끝까지 하겠다고 한다. 심지어는 예비경선의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런저런 이유가 많지만 결론은 명백하다. 그가 흑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인정하고 싶지만 본선거전에서 패할까 걱정이란 이유이다. 보통 우리 주변에도 다른 사람의 입(입장)을 빌려서 자신의 주장을 젊잖게 관철시키는 위선자를 경험하는데 바로 그 꼴이다. 저보다 훨씬 앞서서 나가고 있는데도 자기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를 하라고 하기까지 했다. 답답한 것은 본선거전을 대비해서 당을 조직적으로 정비하고 단합을 모색해야 함에도 치열한 경쟁의 경선이 진행 중이니 당의 지도부는 답답하다 못해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를 겨냥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그 새로운 전략은 마치 1968년의 닉슨의 저강도 전략이다. 민주당이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틈을 노렸다. 오바마를 찍지 않고 맥케인을 찍겠다는 민주당내 힐러리 지지자들을 서서히 끌어 당기고 있다. 공화당에서 직접 공격을 할 것이 아니고 민주당내 힐러리 지지자들의 손을 빌려서 오바마의 뺨을 친다는 맥케인 진영의 “ 이이제이 ” 전략이다. “ 흑인 대통령 이르다...” 혹은 “ 다수 백인유권자들이 정작 흑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 라는 근거 없는 우려를 유포시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 공화당은 1968년 이래 가장 효과적으로 유권자들에게 두려움을 부추키고 있다고 각 캠프 최고의 선거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연설에서 오바마는 “앞으로 나에게 닥칠 도전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유권자의 두려움과 입장 차이를 이용해 우리가 서로 반목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미국을 공화당과 민주당, 블루칼라와 화이트 칼라, 흑과 백 그리고 황인종 집단으로 분열하려는 시도”라고 공화당측의 전략을 예상했다.
2008년 대선은 공업지역의 중산층 백인의 지지를 어느 당이 얻어내는 가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뉴딜 시대부터 60년대 까지 민주당의 지지기반이었지만 1980년 이후로 공화당 지지자로 돌아선 소위 ‘레이건 민주당원들’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그래서 공화당은 이들을 부추키기 위해서 오바마가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고 그리고 무슬림의 뿌리를 가진 거만한 흑인 지식인 후보라고 규정할 것이 분명하다. 강력한 경쟁자인 오바마를 겨냥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공화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향후 미 대선판도의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자리매김하며 사상 첫 흑인대통령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오바마에 대한 공화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 위키피디어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