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웨스트 버지니아의 미국 대통령 민주당 경선에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67%의 지지를 얻어 26%의 지지율에 머무른 버락 오바마 후보를 크게 눌러 이겼다. 그녀가 늘 주장한 바대로 28명의 대의원중에서 20명을 차지하여 웨스트 버지니아가 자신의 안방임을 과시했다.
현재까지 오바마 후보가 1천8백84명, 힐러리 후보가 1천7백19명의 대의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야말로 민주당 예비경선이 마지막 종반전에 들어섰다. 이제 남은곳은 5곳(캔터키,오레곤,푸에르토리코,몬타나,사우스다코타)이고, 대의원은 4백28명(선출직이 1백89명, 슈퍼대의원이 2백39명)을 남겨두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선 후보를 빨리 결정하기 위해서 슈퍼대의원들에게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을 다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선두인 버락 오바마 후보는 남은 경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자신의 승리로 단정하고 본선거전 대비에 돌입했다. 이제부터 그의 경쟁은 힐러리가 아니고 공화당의 후보로 확정된 존 맥케인 상원의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주류 미디어에서도 이제부터는 선거전을 오바마와 맥케인의 구도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오바마 후보측은 지난 일주일 사이에 30명의 슈퍼대의원이 지지할 것을 통보해 왔다고 발표했으며 상대인 힐러리측이 전당대회까지 간다고 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캠페인’을 견디고 있는 힐러리측에 비교하면 이들 후보의 상황은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오바마를 이길 확률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0"이다. 승리를 위한 그녀의 전략은 전당대회장에서 슈퍼대의원으로 승부를 낸다는 것이다. 선출직 대의원에선 지더라도 그동안 당 안에서 자신의 신세를 진 당료들을 앞장세워서 백악관행 티켓을 딴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당 간부들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져나가듯이 이미 제갈 길로 빠져 나갔다.
뉴저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던 "도널드 페인" 연방하원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고 이를 기점으로 지난 일주일 사이에 30여명이 오바마 지지를 표시하고 나섰다. 오바마 지지 도미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슈퍼대의원에서도 오바마 후보가 앞서게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와 NBC의 공동조사에서 오바마와 맥케인의 경쟁력 비교는 7%포인트를 오바마가 앞서고, 힐러리와 맥케인의 비교에서는 힐러리가 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동안 힐러리는 오바마에 비해서 본선거전에서의 우위를 내세워 왔었는데 그것도 사라진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차기(2012년)를 준비할 속내라는 관측이 있다. 그것을 위해서 최소한 자신이 지명하는 사람을 오바마의 러닝메이트로 한다는 계산도 있을 법하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의 후보가 결정된 다음의 과제는 당의 결속과 조직력의 강화이다. 때문에 힐러리의 행보에는 자신의 도움 없이는 오바마의 백악관 차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상황 판단이 깔려있다. 힐러리가 경선을 완주하겠다는 결심은 그 목표가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니고 2인자가 되겠다는 그야말로 "꿩 대신 닭"인 셈이다.
본선거전을 향한 오바마의 질주에 가속이 붙고 있다. 일찌감치 후보가 되어서 이미 저만치 앞서간 공화당의 존 맥케인 후보에 비하면 한참 늦은 셈이지만, 막판 태풍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사퇴했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에드워즈는 지난 14일 오바마와 함께 한 미시간주 민주당 군중집회에서 "민주당 유권자들이 이미 선택을 했기 때문에 오바마를 선택했다. 오바마를 중심으로 단결해 11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고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민주당의 중진급 정치인이자 슈퍼대의원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의원,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와 케네디가문의 대표 정치인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데 뒤이은 것이다.
이 와중에 여론조사 기관 <라스무센>은 16일 오바마와 힐러리간의 경합이 사실상 끝났다며, 그동안 날마다 실시해온 두 사람간의 지지율 조사를 곧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힐러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라스무센>의 15일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50%, 힐러리는 41%의 지지율을 각각 보였다. <라스무센>은 "오바마의 후보 지명이 확실시된다. 앞으로는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과의 양자 지지도 조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강하게 몰아친 오바마 돌풍으로 민주당 당원은 경선과정을 통해 거의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캠페인이 아니고 운동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참여의 폭이 늘어났다. 대부분의 무당적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렇게 불어난 정치세력을 조직화 하는 데에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긴급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까지 오바마 캠프는 힐러리를 상대로 한 미시적 캠페인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이같은 전략으로 나서는 힐러리 진영을 강력하고 탁월한 정치역량으로 껴안으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연하게 내 보여야 할 그야말로 통이 큰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해야 하는 과제가 어깨에 걸려있는 셈이다.
힐러리 클린턴(왼쪽)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 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7월 열린 행사에서 힐러리가 오바마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다. ⓒ 위키피디아 오바마 후보가 전쟁과 테러 및 경제침체로 위기를 맞은 미국을 변화와 희망의 미국으로 바꾸겠다고 연설하고 있다. ⓒ 오바마 홈페이지 오바마 후보가 선거운동 도중 유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바마 홈페이지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