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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귀족 정치인' 된 힐러리

[김동석의 뉴욕통신] 오바마 '서민 이미지' 공세에 당해

선거판에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고정인식(Perception)'은 '실제 모습(Reality)'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실제와는 무관하게 후보자가 자신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가에 따라서 투표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홍보전문가들은 실제 모습과는 전혀 무관하게 후보자를 유권자의 표심에 맞게 이미지를 만든 뒤 대중에게 널리 유포하고 고정화시키고 있다. 반면에 후보자의 실제 모습은 유권자의 표심에 잘 맞아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실제와는 다르게 유권자에게 인식되어진 경우가 있다. 그래서 캠페인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잘못 인식된 것을 바로 잡는 일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는 명문대 출신에 20대부터 정치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했다. 클린턴 캠프의 홍보 전략가들은 유권자들에게 잘못 인식된 클린턴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그가 살아온 과정을 홍보하는 데 전력을 다 했다. 불우하고 어려웠던 클린턴의 성장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후보선출 전당대회에서 상영하고 주요 네트워크 텔레비전을 통해 유권자에게 전달했다. 클린턴의 홍보물 "희망의 남자(Man from Hope)"가 바로 그것이다. 공교롭게도 클린턴이 태어난 마을 이름이 희망이란 의미의 호프(Hope) 마을이어서 이 캠페인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다큐멘터리가 널리 홍보되고 나서야 '귀족 정치인'이란 클린턴에 대한 유권자들의 '고정 인식'을 극복할 수 있었다. 1996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밥 돌은 가장 유머가 많은 정치인 중에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러나 밥 돌은 '유머를 모르는 지루한 노(老)정치인'이란 이미지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앨 고어 부통령은 기자들 사이에 가정적인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러나 그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거운동을 할 때엔 차갑고 인간미 없는 관료적 이미지 때문에 일부 유권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이처럼 고정인식이 실제 모습보다 더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 가장 생생한 예는 로널드 레이건이다. 미국민들은 그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자신들의 돈을 굳건히 지켜주는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사실은 레이건 행정부의 예산적자 폭은 엄청나게 불어나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래도 레이건은 정부예산으로 자신의 농장을 사면서 민주당이 정부 예산을 낭비한다고 뒤집어 씌웠다. 레이건은 그러고도 비난을 받지 않았다.

전체 56곳에서 경선을 치루어야 하는 민주당 예비선거가 이제 마지막 9곳을 남겨두고 있다. 총 4천50명의 대의원중에 5백1명이 남았다. 그야말로 종반전이다. 지난 22일 치루어진 펜실베이니아 경선의 최대 이슈는 힐러리 후보에겐 '살아남는가?', 오바마 후보에겐 '승리의 판세를 굳히는가?'였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10%포인트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했기 때문에 판세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지난 3월11일 미시시피 경선이후 만 40여 일 동안 양측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사력을 다해 싸웠다. 선거자금을 있는 대로 쏟아 부었고 심지어 힐러리측은 마이너스 비용을 감수하면서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러나 판세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무승부였다.

경험과 경륜을 갖추고, 그리고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손색이 없는 힐러리 후보가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그것은 힐러리에 대한 '고정인식'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에서 대중적인 정치인으로 가장 폭넓게 알려진 후보였다. 적어도 오바마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오바마가 등장해서 다인종, 서민층, 풀뿌리, 소액다수 등의 용어를 독점하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힐러리 후보는 거의 완벽하게 오바마의 '대중적이고 동시에 서민적인 이미지'의 반대 이미지로 규정되고 말았다. 경선의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렇게 유권자들의 인식이 고정화 되었다. 이제는 그러한 올가미에 걸려 거의 포로 수준이 되고 말았다. 상대후보의 공격적인 이미지 전략에 자신의 이미지가 고정화된 '포지셔닝'을 당한 셈이다.

게다가 이제까지 힐러리 후보는 타운홀 방식의 유세를 해왔고, 오바마는 대규모 군중집회로 유세를 확대해 왔다. 마치 힐러리는 작은 동네의 어느 집 사랑방 모임을 조직하는 것 같았고, 오바마는 서울역 광장에서 승리의 축제를 펼치는 것 같은 유세를 이어왔다. 오바마의 수석전략가인 '데이빗 플라펫'이 숨죽이며 쥐어짜낸 환상적인 전략이었고, 오바마는 이를 활용해 미국인들에게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시작돼 현재 종착역을 얼마 남기지 않은 펜실베이니어까지 펼쳐진 선거판에서는, 적어도 유권자에겐 '고정인식'이 '실제 모습'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선거전략의 고전적 이론이 입증된 셈이다.

경험과 경륜을 갖춘,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손색이 없는 힐러리 후보가 오바마 후보의 돌풍 속에 '대중적이고 동시에 서민적인 이미지'의 반대 이미지로 규정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타운홀 유세를 하고 있는 힐러리 후보 ⓒ 힐러리 캠프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5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현장을 모두 찾아 대선 현장을 생중계하고, 이를 한국과 한인들의 미국내 정치력을 높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10 12
    3s

    베이워치 광고를 쓰면 어바마가 이긴다
    기득권들이 국민을 바보만들기위해
    3s 썼는데, 그덕에 늙은 매케인은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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