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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사라진 홈런', 일본야구사 초유의 일

주자-주루코치 책임론 부상, 이 "빨리 잊고 싶다"

이승엽(29.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1일 홈런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안타’로 강등당하면서 일본 야구계와 언론이 황당한 논란에 휩싸였다.

이승엽 홈런, 선행주자 베이스 밟지않아 안타로 강등

12일 <니폰스포츠> <니칸스포츠> <스포츠호치> 등에 따르면 선행주자가 베이스를 밟지않은 탓에 홈런이 안타로 둔갑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데 대해 구단의 코칭스태프와 야구전문가들이 격론을 벌이는 등 이승엽의 홈런이 안타로 돌변한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니폰스포츠>는 "타자 이외의 주자가 베이스를 밟는 것을 잊은 탓에 홈런이 안타로 처리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 있는 진기록"이라고 주자의 어이없는 실수를 비아냥대며 "요미우리가 역전승을 거둘 경기에서 패함으로써 정규리그에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요미우리에게는 시련을 안긴 반면 롯데에게는 행운을 안기는 등 프로야구의 상황이 대반전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11일 지바 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와의 경기에서 이승엽은 1―1 동점이던 3회초 2사 1루에서 롯데의 잠수함 투수 와타나베 온스케의 시속 95km 짜리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통쾌한 투런 역전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구의 방향과 홈런임을 확인한 이승엽올 시즌 19번째 홈런이자 역전 2점포를 때려냈다는 자부심에 기세등등하게 베이스를 돌았고 관중들의 환호성도 이어졌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승엽은 잠시 후 어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다. 롯데 3루수 이마에 도시아키는 1루 주자 오제키 데쓰야가 3루 베이스를 밟지 않고 홈으로 들어가는 ‘누의 공과’를 범했다고 어필했고, 주심은 심판들과 함께 당시 상황을 점검했다.

주심은 결국 1루 주자였던 팀 동료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고 홈인했다는 롯데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오제키의 아웃을 선언했고 이승엽의 홈런은 안타 처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프로야구 규칙 7조 12항에 따르면, 주자가 베이스를 밟지 않고 지나칠 경우 수비측의 어필이 있을 경우 해당 주자는 아웃으로 처리되고, 당연히 득점과 타점도 취소된다.

결국 요미우리는 당시 이미 2사였기 때문에 공수가 교대됐고, 이승엽의 타구는 단타로 처리됐다. 홈런을 침에 따라 당연히 기록돼야 했던 2타점과 1득점도 날아간 것은 물론이고 역전 결승홈런 등 높은 팀 기여도에 대한 평가도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다. 또한 이날 홈런 공동선두로 올라선 성적도 함께 허공으로 사라졌다.

11일 선행 주자 실수로 역전 투런홈런이 백지화하자 이승엽 선수가 눈을 감고 황당해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홈런을 치고도 홈 플레이트를 밟지 않아 홈런이 무효가 된 경우가 2차례(1999년 한화 송지만, 2003년 LG 알칸트라) 있었지만, 이는 본인의 실수로 비롯된 일이었고 3루까지 밟았기 때문에 모두 3루타로 처리됐다.

홈런 백지화후 이승엽은 "빨리 잊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불쾌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 백지화에 분풀이라도 하듯, 일본 진출 이후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한 경기 4안타를 때려내는 맹타를 휘둘렀다. 1회초 2사 2루에선 총알 같은 우전 안타를 뽑아냈고, 5회와 7회에도 깨끗한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이승엽이 1경기에서 4안타를 기록한 것은 롯데 시절인 지난해 10월 26일 한신과의 일본시리즈 4차전 이후 처음으로 5회에는 홈을 밟아 득점도 추가했다.

4타수 4안타 1득점으로 올 시즌 23번째 멀티히트(1경기에서 2안타 이상) 경기였고 이승엽의 타율은 0.306에서 0.319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팀은 2대3으로 져, 6연패 수렁에 빠졌다. 주자의 실수만 없었서도 6연패의 늪에서 빠져올 수는 있는 게임이었다.

주자 및 주루코치 책임론 비등, "베이스 밟지 않는 일 있을 수 없어"

당연히 시합후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문제의 실수를 범한 오제키 및 주루코치 등 관계자들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이처럼 드문 경기내용에 대한 프로야구 규칙의 세부사항에 대한 토론이 제기되는 등 일본 프로야구계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곤도(近藤) 요미우리 자이언츠 헤드코치는 “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주자의 책임이다. 주자다”라며 오제키 주자의 플레이를 질책했다. 니시오카(西岡) 외야수비주루코치 역시 “선수는 타구에 대해 확인하고 눈에서 공을 떼놓아서는 안된다. 선수가 베이스를 밟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주자의 책임임을 지적했다.

니시모토(西本) 일본 센트럴리그 심판은 “베이스를 안 밟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홈런을 안타로 결정한 것은 심판 지침서에 따랐다. 야구규칙 7조10항과 12항 등을 적용했다”고 자신의 판정에 잘못이 없음을 밝혔다.

가뜩이나 선수들의 졸전으로 연패의 늪에 빠져있는 요미우리는 이번 황당한 사태로 더욱 장기슬럼프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어, 요미우리 구단의 특단의 조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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