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공천 특검'다웠다.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4일 “뇌물죄, 알선수죄, 정치자금, 공금횡령, 파렴치범, 개인비리 기타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된 자를 심사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제 기본 입장”이라며 한나라당보다 강도높은 공천 기준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 기준에 따르면, 김대중 전대통령 차남 김홍업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희정 전 참평포럼 집행위원장, 신계륜 사무총장,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김민석 전 의원, 이호웅 전 의원 등 DJ와 친노인사 등이 대거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된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회의에서 작심한 듯 “당규 14조 5호에 관해서 얘기하겠다”며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로 국민적 비판을 받은 인사라고 돼 있다. 5호에 가서는 국민적 지탄을 받은 사람은 심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제외할 수 있다가 아니고 머스트(MUST : 해야한다)를 준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우리가 모인 것이다. 우리가 왜 여기에 왔나.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라”며 자신의 생각을 공심위가 채택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자신의 공천 배제 기준이 당의 정체성에 맞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뒤, “만약에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다면 그 공동체에서 나가야 한다”고 공천 탈락에 반발한 인사들의 탈당에 개의치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 기준을 놓고 보면 물론 희생자도 나온다. 억울한 사람도 나올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의를 놓고 나갈 때는 항상 억울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큰일이 있을 때에는 억울한 사람의 희생을 갖고 가는 것이 우리의 역사”라며 “그 희생을 자기가 몸소 나와 희생하는 경우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억울한 사람이 분위기에 말려 희생당할 수 있으나 그 희생은 개인 사정과 달리 별도로 모두 대의를 위한 희생은 나중에 아름다운 것으로 칭송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이 살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 이번 한번쯤은 희생한다는 것도, 역시 나라를 위해서 이번에 18대 들어가는 것 못지않게 훌륭하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그렇게 큰 그릇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언 말미에 “반대 논리를 표하실 분들은 제가 지정한 대로 말씀해 달라”며 “그(제) 논리를 반박해 주시고 표현(시간)은 충분히 드리겠다”고 말해 이날 끝장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하기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심위는 이날 회의를 끝낸 뒤 발표할 예정이나, 박 위원장 주장이 다수 여론에 근거한 것인만큼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민주당이 공천 심사에서도 한나라당보다 강도높은 결단을 추진하는 양상이어서, 한나라당의 대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