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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동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현장> 182개 시민단체, 이주아동 교육권 보장 촉구

2006년 4월, 경기도 안산 모 초등학교에 1학년 학생인 이주노동자 2세 하영광(본명 비노빈, 당시 7세)군의 하교길에 마중 나왔던 엄마 야무나씨(스리랑카)가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에게 붙잡혀 강제출국 명령을 받았다.

영광이는 엄마와 헤어지게 되면서 곧바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법무부는 자녀를 한국 초등학교에 보낸 이주노동자의 자진신고를 전제로 2008년 2월까지 한시적 출국 유예 조치를 내렸다.

1만여 이주아동들, 2월이면 강제출국 신세

그러나 이후 정부의 실질적인 구제책은 더 이상 마련되지 않았고 한국에서 태어나 피부만 다른 한국인인 영광이는 부모와 함께 이미 경제기반을 상실한 스리랑카로 다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1백8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주아동 합법체류 보장촉구 연대(이주아동연대)’는 16일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등록(불법체류)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

2008년 2월이면 강제출국당할 처지에 놓인 이주아동들과 부모들이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촉구했다.ⓒ최병성 기자


이주아동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주노동자 자녀의 교육권 보장은 그 부모의 양육지원 보장 없이는 사실상의 교육권 박탈”이라며 모든 이주 아동들의 교육권 보장 및 이주 아동 부모들의 합법체류 보장을 주장했다.

우리사회에 이주아동들의 교육권 문제가 대두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야무나씨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들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 한국에서 같이 살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주아동연대에 따르면 현재 1만여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이주아동들 가운데 정부의 일시적 교육권 보장 조치로 구제받은 아이들은 불과 1백여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구제조건으로 불법체류노동자의 자진신고를 전제로 했지만 취학연령 자녀를 두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현실인 탓이다.

“이주아동들, 입학 제한에 노동시장 내몰려”

게다가 정부의 구제조치는 초등과정에 제한돼 중등 과정 이상의 이주아동들은 중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고 일터로 내몰려 아동노동시장에 편입되거나 부모들이 돌아올 때까지 집을 지켜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정부로부터 구제조치를 받은 아이들조차 시범학교의 절대적 부재, 일반학교의 입학 거부, 입학 후 적응 실패 등으로 교육권의 사각지대로 이탈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주노동연대는 “학교교육으로부터 소외된 이주아동들은 공장이나 거리로 나가 아동노동시장에 편입되고 있다”며 “이들을 계속 방치할 경우 이주노동자 2,3세가 일으킨 프랑스 사태와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현재 국제법상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에게도 한국인 자녀들과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가진 ‘UN 아동인권협약안’ 비준국가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001년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교육권 보장에 대한 행정지침을 마련했을 뿐 이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급기야 2003년에는 UN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교육권 보장을 권고받고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허가했었다.

이주아동연대 “한국 정부는 국제법상 이주아동 교육권 보장 준수해야”

이주아동연대는 “한국 정부는 이제 이주 아동의 권리를 국제법에 맞게 국내에서도 보장하는 관련법 및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주민의 사회통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식과 진정성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주아동연대는 또 이주아동과 부모의 강제출국은 정상적인 교육권 박탈이라며 ▲이주 아동들의 초&#8228;중등 교육권 보장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 위한 부모의 합법체류 허용 ▲이주아동의 사회 적응 위한 교육제도 마련 ▲이주아동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합리적 교육제도 마련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아동의 영주권 허용 등을 촉구했다.

이주아동연대는 앞으로 미등록 이주아동들의 교육권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 벌여나가는 동시에 지난 2006년 추진됐던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의 입법 청원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은 국내에서 태어난 이주아동들에게 영주권을 허용한 후 18세가 될 때 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3년 이상 국내 체류한 이주 아동들에게 영주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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