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 계엄상황에 충격…무력의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노벨상 첫 공식 기자회견서 작심발언…"'채식주의자' 유해도서 낙인, 가슴 아파"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롬 노벨박물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를 받고 5·18 광주화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자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당시 계엄 상황을 공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를 쓰셨던 분들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고 언급했다.
또 "젊은 경찰분들, 군인 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면서 "아마 많은 분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한강은 "그런(계엄) 명령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강은 이날 10대 청소년 유해도서 지정 논란이 있던 자신의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 소설에 유해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스페인의) 고등학교 문학 도서 선생님들이 추천 도서 목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읽히고. 학생들이 오랜 시간 토론해서 그 책이 선정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문학의 역할에 대해서는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런 과정에서 자기 내면에 깊게 파고들어 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들을 반복하면서 어떤 내적인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한강은 한국에서 '제2의 한강'을 배출하기 위한 여건을 묻는 말에는 "어릴 때부터 최소한 문학작품을 학교에서 서너권 읽고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고 문학작품을 읽는 근육 같은 것을 기를 수 있게"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독자가 작가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가는 열렬한 독자라고 하지 않느냐"며 "일단은 좋은 독자들이 깊게 읽고 흥미롭게 읽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독자들이 많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10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당시 한림원은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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