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주 5.18 기념문화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의 첫 정책토론회는 선두 손학규 후보를 놓고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이 십자포화를 퍼붓는 '1대 4의 대결'장이었다.

4명 후보, 손학규 십자포화

4명의 손학규 후보 공격 명분은 '손학규의 정체성'.

정동영 후보는 손 후보의 과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와 ‘북핵실험직후 금강산관광 중단’ 발언을 거론하며 "햇볕정책을 한나라당에서 찬성한 것은 대단한 용기이지만 결국 위기때 진면목이 드러난다"며 "작년 핵실험때 포용정책 철학이 튼튼했다면 그 기조로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도 손 후보는 당시 ‘국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금강산 관광 등 어떤 경제협력도 계속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철학이 없어서 냉탕온탕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찬 후보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발언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그래서 정체성에 자꾸 의심이 간다"며 "손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토론이 붙었을 때 이 후보를 충분히 설득하고 진압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유시민 후보는 손 후보의 ‘대선용 정상회담 노 땡큐(No, Thank you)’ 발언을 문제 삼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처럼 말한 것을 해명하고 취소할 생각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한명숙 후보도 "정상회담을 대선용 기획인 것처럼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지지해온 손 후보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손 후보를 정계에 입문시킨 김영삼 전대통령도 집권 초기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다가 노태우 시절보다 더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대북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시류에 따라 냉탕온탕을 왔다갔다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손학규 "정상회담 발언 사과? 역시 노 땡큐"

이들의 십자포화에 손학규 후보도 강력 반격에 나섰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왔다"며 "남북평화의 기반을 그때부터 만들어나가고자 했으며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펴야한다는 소신을 일관되게 지켜왔다"고 반박했다.

손 후보는 또 '북핵실험 직후 금강산관광 중단’ 발언에 대해선 "핵실험 당시 분명히 매를 들고, 안되면 매를 드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지원도 하지만 되면 되고, 안되면 안된다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분명히 금강산 관광은 제재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성공단 제재는 말하지 않았다"고 강력 반격을 가했다.

손 후보는 유시민 후보가 ‘정상회담 사양 발언을 취소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거듭 "역시 노 땡큐(No, Thank you)"라고 일축한 뒤, "대통령이 더이상 대선에 관여하지 말아달라는 절실한 심정을 최강으로 강조어법을 사용한 것이다. 대통령이 너무 정치적인 발언을 많이 하고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부끄러운 점이 많다. 지금껏 살면서 정치하면서 모든 내 언행이 일관성 있게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고 내가 처한 정치적 여건과 그런 상황에 구속을 받았다. 부끄러운 점이 많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사과했다.

이밖에 손 후보는 이해찬 후보가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영국에 유학을 간 전력을 비판하자 "1980년 5.18 당시 미국에서 광주 학살의 소식을 듣고 유럽교회와 인권단체에 호소했다"며 "다만 그 고난의 항쟁 현장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이 저격당하던 날 나는 김해 보안대에 갇혀 모진 고문을 당했고 박 대통령이 피살된 것도 사흘 뒤에나 알았다"며 "나는 당시 세계를 크게 봐야겠다고 생각으로 나갔고 (그것을 보지 못했다면) 경기도지사 시절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기업단지 유치 등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적극 방어했다.

친노 후보간 단일화 앞두고 우위 확보 위한 신경전도

손학규 후보를 융단폭격하면서도 친노 후보 3인은 서로간 공세를 펼쳐, 친노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한명숙 후보는 이해찬 후보의 한강유역 개발 계획에 대해 "최근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 환경부, 학계는 물론 민간단체의 활발한 연구 활동 진행 중인데 이해찬 후보 계획은 한강 물길을 막아서 홍수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명박 후보도 한강 하구 북쪽에 여의도 10배의 노들섬을 만들겠다는데 이 소요비용 2조원 충당을 위해 모래를 퍼내서 충당하면 이는 환경파괴는 불 보듯 뻔 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해찬 후보는 "강가를 하는 게 아니라 강 가운데를 파면 수로가 잘 빠져서 환경이 복구된다"며 "또 그 모래를 판 비용으로 고속도로.철도 등을 북한에 준설해 주면 북한도 좋고 일석사조, 오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시민 후보는 이해찬 후보의 정상회담 추진과정의 역할론에 대해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제2차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뭔가 공개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나 하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주관하는 정책토론회는 11일 서울, 13일 대구.경북, 18일 대전.충청, 21일 부산.경남 순으로 모두 5차례에 걸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