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는 이 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선 차 약 4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김 전 대통령이 이 후보의 경선 승리를 축하하고, 이에 이 후보가 감사를 표시하는 등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기자들을 물리고 비공개 회동으로 접어들자 두 사람간의 날선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금년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모범적인 대선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하자, 이 후보는 “각하께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했으니 그런 점에서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중립'을 곧바로 요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한나라당이 너무 쎄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뼈있는 말로 받자, 이 후보는 즉각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저는 호남지역을 참 자주간다. 호남도 참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높은 호남 지지율을 강조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이후보의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던데...”라며 말하자, 이 후보는 “아직 여권의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 후보는 “이번에는 여야간에 모범적인 정치가 되어서 정책대결을 하는 대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말했고,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좋은 얘기다. 국민수준이 그만큼 올라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에 “2002년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정치가 한단계 성숙해서 너무 각이 지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번 선거가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김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 중단을 거듭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이미 호남은 영남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라며 각을 세웠고, 이 후보 또한 “그건 김대중 전 대통령 때문에 그러신 것이 아니냐”고 응수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후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예방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놓곤 원론적 공감
양자간의 날선 공방은 남북관계 화두로 옮아가면서 잠시 접점을 찾는 듯했다.
이 후보는 “남북통일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성공적으로 남북통일을 안착시키는가가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의 키”라고 말하자, 김 전 대통령 역시 “통일을 서둘러서는 안된다. 독일도 지금까지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후보는 “6자회담에서 핵문제가 어떻게 해결이 되느냐. 이 핵문제 해결이 남북문제를 풀게 되는 첫 단추”라며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되어야지만 남북관계가 앞으로 술술 풀리게 될 것이다. 결국 제일 좋은 교류는 한국기업이 북한에 직접 투자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그 전제는 핵문제가 해결된다는 것”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도 “그렇다. 북한에는 중국기업들이 들어와 있지 않느냐. 핵이 해결되면 다 잘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명박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달라" vs DJ "내가 알아서 판단하겠다"
그러나 이도 잠시 이 후보는 다시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중립을 주문, 김 전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렸다.
이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매우 모범적이었고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 본선도 역시 모범적으로 치르고 싶다. 그동안 각하께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달라”고 김 전 대통령에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이 후보는 “우리도 전직 대통령을 모두 잘 모시려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도 이렇게 왔다”며 “저는 다른 욕심이 없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서 일을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고 언짢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건강하십시오”라고 안부 인사말로, 김 전 대통령은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화답으로 이 날 날선 회담을 마무리지었다.
이 날 회동에는 김 전 대통령측에서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이 후보측에서 임태희 후보비서실장, 나경원 대변인, 이동관 공보실장이 배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