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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벌써 '불길한 공룡병' 조짐

<뷰스 칼럼> '한나라 텃밭' 강남-부산의회 세비 대폭인상 추진

'한나라당 전성시대' 앞두고 벌써 공룡병 조짐

"8부 능선을 넘어 9부 능선에 가까와졌다"는 한나라당 얘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연말 대선을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연말대선에서 예상대로 승리하면 한나라당은 과거 군사정권때 이상가는 절대권력이 될 게 거의 확실하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지방권력을 싹쓸이 하다시피했다. 여기에다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 여세로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한나라당은 내심 자신한다. 정부-의회-지자체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한나라당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초거대권력의 탄생은 한나라당이 하고픈 일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차기정권 입장에서 보면 더없이 흥분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엄청난 부작용과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된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벌써부터 한나라당 일각에서 연말 승리를 자신하는지 민의를 우습게 여기는 '공룡병'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의 잇따른 세비 인상 추진이 그것이다.

강남구에서 시작된 세비인상, 부산 등 한나라당 텃밭으로 급속 확산

세비 인상의 진원지는 한나라당 텃밭인 강남구.

서울 강남구의회 의원들은 이달초 연봉 인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엉터리 여론조사를 실시, 이를 근거로 구의원의 내년 연봉 액수를 6천1백만 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올해 강남구의회 의원들의 세비는 2천7백20만원. 2배반 가까이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인상 내역인즉 활동경비 명목의 의정비는 월 1백10만원으로 그대로 두고 급여 성격인 월정수당을 1백17만원에서 3백98만원으로 3.4배나 올리기로 했다.

구의회는 절차상 거치게 돼 있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꼼수를 썼다. 올해 연봉을 밝히지 않은 채 인상액의 타당성만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와, 긍정적 답변을 할 가능성이 높은 주민자치위원을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강남구 의원들은 "재정자립도가 98%인 강남구의 의원들 세비가 너무 적다"며 "강남구 상황에선 6천만이 돼도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나 강남구 주민들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원래 '무급 봉사직'인 구의원들에게 세비를 주기로 한 것은 지난해 총선때부터다. 이런 마당에 1년만에 세비를 2배 반 가까이 올린다는 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나라당 텃밭 강남구가 세비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이번엔 또다른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 구의원들이 세비 대폭인상을 추진하고 나섰다. '강남구가 하는데 우리라고 뭣할 게 뭐냐'는 식이다.

부산 북구의회 의원들은 다음달 중순께 '구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꾸려 구의원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들은 현재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포함해 2천7백만원인 연봉을 내부적으로 5천만∼6천만원 선으로 올리기로 잠정합의했다. 강남구 의원들만큼 우리도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부산 북구의회뿐 아니다. 30일 열리는 부산시 구의회 의장단협의회에서 북구의회 측이 구의원들의 연봉인상을 의제로 내놓는다는 방침이어서, 다른 구의회의 연봉인상 추진도 잇따를 전망이다.

벌써부터 시작된 공룡병 조짐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대응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지도부 "대선에 악재 될라", 긴급 진화

한나라당 지자체 의원들이 도미노식으로 세비를 대폭 인상하려 하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일부 지방의회에서 추진 중인 지방의원의 연봉인상은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며 "당은 어려운 서민경제를 감안하면 섣부른 연봉인상 추진은 무리한 처사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는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두고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각 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에 오히려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모든 당원, 특히 한나라당 선출직 공직자들은 국민들께서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매사에 솔선수범해줄 것을 미리 당부를 드린다"며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지금은 '민'이 중심인 시대

한나라당 지도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이들 구의원들의 대폭적 세비인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러나 대선이후다. 과연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당 지도부가 이같은 제동을 걸지, 이 제동을 지방의회 의원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특히 정가 일각의 예상대로 '한나라당 전성시대'가 열린다면 더욱 그러하다.

민심은 까탈스럽다. 각종 논란에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가 쏠리는 것은 민생붕괴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짙다. 이는 뒤집어말하면 기대에 밑돌 경우 즉각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란 얘기도 된다.

아무리 '한나라당 전성시대'가 열린다 해도, 이를 과거 군사정권 시절과 동일한 구조로 여기는 것은 큰 착각이 될 것이다. 지금은 '민(民)'이 중심인 사회다. 언제 거센 '민의 역풍'이 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대선후 어떻게 집안을 엄하게 단도리할 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할 때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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