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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의 '박근혜' 한중좌담

<뷰스 칼럼> '경선전 박근혜'와 '경선후 박근혜'의 차이

박근혜 전대표는 선거에서 졌다. 선거도 보통 선거가 아니었다. 피 튀기는 혈전이었다. 조선조 같으면 패자는 '3족' 정도가 아니라 '9족'을 멸할 극한 싸움이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원인은 1.5%라는 박빙의 표차로 졌기 때문이다. 큰 표차로 패했다면 박 전대표는 패배직후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밖으로 밀려났을 게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박근혜계 의원들이 경선 패배후 당 홈페이지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박 전대표를 향한 존경과 영원한 충성을 다짐하는 글들을 잇따라 올리기 시작했다. "대표님의 영원한 서포터스로 남겠습니다"는 김재원 대변인을 필두로 "대표님은 지지 않으셨습니다"라는 유정복 비서실장의 글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사람들이 공개리에 박 전대표에게 존경의 염과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종전의 패장 진영에서는 볼 수 없던 풍광들이다.

권력세계는 무섭다. '전부 아니면 전무'다. 때문에 패장 진영은 승자의 눈길 하나에도 몸서리 치기 마련이다. 당초 예상도 그랬다. 워낙 전국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극한 전쟁을 벌였던 까닭에 한쪽은 멸문에 가까운 화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박근혜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있다. 안병훈 선대본부장 같은 경우는 21일 캠프 해단식에서 "앞으로도 박 전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명박계 한 중진의 원내대표 출마를 돕고 있는 대구지역의 L모 중진의원은 경선직후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경선때 중립을 표방했지만 이명박 후보를 도운 게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펄쩍 뛰며 자신은 끝가지 중립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선이 끝나면 승자쪽이 밀착하기 마련인 예전의 풍광과 다른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대표가 압승을 거둔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1.5%차 박빙, 특히 박근혜 후보가 충청-영남권에서 압승을 거둔 여파는 크다. 하지만 원인은 그뿐만이 아닌듯 싶다.

경선이 끝난 뒤 신문사 주필, 대표 등 몇몇 언론계 중진들과 모였다. 화제는 단연 한나라당 경선이었다. 특히 '박근혜'였다.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걸 보니 대단히 '쿨'하더라. 박근혜를 다시 보게 되더라. 그 한 장면으로 박근혜는 종전과 차원이 다른 대중정치인이 됐다."
"3김 시대가 끝나가면서 지역에 맹주들이 사라지는 시점에 박근혜는 '포스트 3김시대'의 새 맹주가 된 느낌이다. 앞으로 감히 영남에서 누가 박근혜를 무시할 수 있겠나. 이번에 대승을 거둔 충청권에도 박근혜 영향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만약 지금 다시 경선을 치룬다면 여론조사에서도 박근혜가 높게 나올 지 모른다."

화제는 자연스레 박 전대표의 향후 거취로 쏠렸다.

"박근혜가 대선때 이명박을 도울 것이냐 말 것이냐 관측이 엇갈리는데 도울 게 확실하다. 일각에서는 이명박이 낙마할 때를 기다리지 않겠냐고도 전망하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충분히 이명박을 돕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럴 거다. 선대본부장 같은 자리는 맡지 않더라도 대중유세 등은 할 게 분명하다. 그게 박근혜가 더 크는 길이다."
"문제는 대선이 끝난 뒤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공천을 놓고 갈등이 불가피할 게다. 이명박도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다.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당을 단단히 틀어쥐어야 할 필요도 있다. 노무현이 김대중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듯 이명박측도 비슷한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가 최대고비일 게다. 한나라당이 두토막날 수도 있다. 이번에 박근혜가 강세를 보인 영남-충청권, 그리고 수도권의 가난한 지역을 바탕으로 박근혜가 분당을 각오하면서까지 제 사람들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현재 범여권의 지리멸렬상을 볼 때 박근혜당이 제1야당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론은 한마디로 이제 박근혜 전대표는 누구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컸다는 것이었다. 자신감 갖고 차차기를 노릴 정도로 거물급 대중정치인이 됐다는 것이었다.

이재오 최고위원 등 일각에서는 "박근혜계가 먼저 사과하라"고 말하고 있다. 승자로서 할 수도 있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판세는 이런 얘기가 이명박 후보를 돕는 게 못된다. 도리어 어렵게 만든다. 싫든 좋든 한 지붕 아래 두 가족 살림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일 경선 패배를 시인하며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히는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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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22 16
    나다

    5년만 기다려
    5년도 못살고 죽을것도 아닌데,
    촉새같이 까불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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