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면 이긴다" vs "투표해야만 이긴다"
최대변수는 '팬덤의 대결'. 급증한 '무당층'도 중대변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인천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예상밖 고전중인 이재명 후보의 캐치프레이즈 "투표하면 이긴다"와 맥을 같이 한다.
'단수 산수'로 계산하면 그리 틀리지 않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는 산수가 아니다.
이같은 산수가 가능하기 위해선 지난 대선때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준 1천614만여명의 마음이 변함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50%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초반 인사 논란 등의 영향도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0.73% 격차로 힘겹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만큼 대선이 치열했던 데 따른 후유증 성격이 짙다.
대선때 반대표를 던졌던 국민들이 윤 대통령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고스란히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지지로 남아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다지 오르지 않고 있으나, 부정평가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5월 첫째주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는 41% 대 48%였다. 당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 등 윤 대통령의 각료 인선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10일 윤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취임하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5월 둘째주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는 52% 대 37%로 나타났다. 세째주에는 51% 대 34%로 나타났다.
취임 전과 비교할 때 불과 2주새 긍정평가는 10%포인트 오른 반면, 부정평가는 14%포인트나 급감했다는 의미다.
지난 대선때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47.8%였다. 이를 윤 대통령 부정평가 34%와 비교하면, 대선때 이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 중 일부는 윤 대통령 지지로 돌아섰고 일부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송영길의 "이재명 찍었던 서울시민이 내게 표를 주면 내가 이긴다"는 주장은 애당초 최근 흐름을 도외시한 허튼 주장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투표하면 이긴다"는 아직 유의미하다. 아직도 윤 대통령에 비판적인 유권자가 34% 남아있기 때문이다. '팬덤'의 성격이 강한 이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향하면 이 후보가 자주 비유하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13척'이 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 투표율보다 15%포인트 가량 낮기 때문이다. 더없이 뜨거웠던 지난 대선투표율은 74.8%였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은 50%대 후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지지율 격차는 팬덤 지지층의 결집에 따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26일 "수도권 승부나 또는 충남 대전 세종 이런 쪽들은 거의 비슷하게 소수점 격차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근거에서다.
당연히 국민의힘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 격차로 크게 앞서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실제 투표함을 까보면 "3~5% 차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의힘도 "투표해야만 이긴다"며 모든 의원이 사전투표를 하기로 하는 등, 지지자들에게 적극적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지지자들에게 "여소야대 하에서 윤 대통령이 소신껏 국정운영을 하게 하려면, 다시 한번 지방선거 투표장에 반드시 나와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상당히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만 믿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는 "투표하면 이긴다"와 "투표해야만 이긴다"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어느쪽 '팬덤'이 더 많이 투표장으로 향할지가 최대변수라는 의미다.
여기에 또하나 중대변수가 있다. 최근 급증한 중간층이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43%, 민주당 29%로 민주당 지지율 30%가 무너졌다. 반면에 '무당층'은 23%로 크게 늘었다. 올 들어 거의 최고치다. 민주당 지지율 상당수가 대선후 보인 민주당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두가지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같은 경우 "팬덤정치 청산" "586 용퇴" 등을 주장하며 중간층의 지지를 다시 얻기 위해 부심한다.
반면에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과 강성파 의원들은 "내부총질 말라"며 펄쩍 뛴다. 팬덤만 똘똘 결집시켜도 충분히 지방선거를 치러볼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간층이 투표장에 나설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여야 모두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표는 "더 싫은 쪽을 징계"하는 경향도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치열한 접전지역의 최종 승패를 결정지을 쪽은 양쪽 팬덤이 아닌 중간층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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