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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오세훈과 서울시장의 '격(格)'

왜 서울시민들은 불안감을 느낄까

3일 밤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간의 TV토론을 시청한 서울시민들은 유력한 후보인 강금실, 오세훈 후보에 대해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는 반응이 많다. '콘텐츠 부족'에 대한 불안감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하여 허만섭 월간 <신동아> 기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의 격, 디스카운트 우려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선 오세훈-강금실 후보와 관련, "문화, 환경, 차세대, 개혁, 참신 이미지는 긍정적이나, 두 후보가 서울시장직을 수행할 충분한 경륜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견해를 밝힌 전문가들이 실명공개를 꺼려 뭉뚱그려 정치권, 학계라고 표현했지만, 이런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 사실이다.

역대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조순, 고건, 이명박, 최병렬, 심지어 입후보 당시 39세였던 김민석 후보에 비해서조차 강-오 두 후보의 중량감이 떨어져 보인다는 시각까지 있을 정도다. '조순 경제원론', '행정의 달인', '샐러리맨의 신화'가 주는 안정감을 두 후보에게선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당 후보 자리를 스스로 쟁취한 김민석 류의 '열정'과 '실물 정치 감각'도 두 후보는 아직 보여준 바 없다. 적어도 김민석 후보의 출마를 두고 '이미지 정치'라는 평가는 없었다.

서울시장 후보인 민주당 박주선, 한나라당 오세훈, 열린우리당 강금실, 민주노동당 김종철(왼쪽부터) 후보가 3일 밤 KBS 공개홀에서 열린 TV 합동토론회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오 두 후보는 경선 직전 여론조사 향배를 지켜보다 급작스레 출마를 결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후보는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역대 후보들와 비교했을 때 아직은 '준비된 서울시장 후보'라고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이다. 김민석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낙선뒤 2004년 17대 총선 때 영등포에서 출마하면서 "뉴타운 정책 연구에만 1년이 걸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간판 공약에 있어서, 강금실 후보의 '용산 미군기지(민족공원 예정지)에 공동주택 16만호 건립' 공약은 "그러면 분당보다 더 빽빽한 콘크리트 아파트 숲이 된다"는 같은 당 이계안 전 예비후보의 반론에 직면한 바 있다.

오세훈 후보의 '서울 대기오염, 도쿄 수준으로 감소' 공약도 의문을 낳고 있기란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기오염에서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고 있고, 서울은 면적 1제곱킬로미터 당 자동차 대수가 3천5백여대로 2천여대인 도쿄보다 훨씬 많다. 황사 직접 피해 등으로 일본에 비해 더욱 불리한 여건인 서울의 대기오염이 도쿄 수준이 되려면 자동차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오세훈 후보는 건설현장 미세먼지 저감, 사업장 오염물질 총량관리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는데 이같은 방안만으로도 도쿄 수준이 될 수 있는지 현재로선 의문이다."

이런 관점에선 현대자동차 CEO 출신 이계안 전 예비후보의 "저공해 차량인 하이브리드카 전폭 도입을 통한 서울 대기오염 감소" 공약이 오히려 설득력 있어 보인다. IMF사태가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들었듯, 대기오염 문제가 한국을 차세대 자동차산업 강국으로 만드는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결국은 서울시장 등 정책결정권자 하기 나름이고, 핸디캡을 기회로 바꾸는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서울시장은 직책상 장관급이지만, 연간 14조~15조원을 집행하는 1천만 수도의 수장이며 국민주권이 반영되는 투표로 선출되는 공무원으로선 대통령 다음으로 비중이 있으며, 정치적으론 차기 대권의 1순위로 거론될 수 밖에 없으며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주요 얼굴이기도 하다.

유권자인 서울시민은, 선진국 어떤 대도시 시민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세련되어 있고, 전반적 고학력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감수성을 갖추고 있다. 과연 두 후보가 이런 서울시민의 자긍심을 충분히 충족시킬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계 일각에선 "후보의 지성, 자질, 경륜을 검증하는 TV 토론에서 강금실 후보는 같은 당 이계안 예비후보에게, 오세훈 후보는 맹형규 등 다른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에게 조금 힘겨워 보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3일 오세훈-강금실 후보 등의 첫 TV토론은 이런 인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 대학 교수는 "강-오 후보 등을 두고 투표를 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일부 자존심 강한 서울시민은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금실 후보가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승리한 뒤 이를 자신의 고교 반장 선거 당선에 비교한 점과, 강-오 후보의 비교적 짧은 공무 이력 등이 '태도의 진정성'을 중시하고 '객관적 경력사항'을 판단 준거로 삼는 깐깐한 유권자에겐 '선거 참여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계안, 홍준표, 맹형규 경선후보 등이 자당의 강금실, 오세훈 후보에 대해 여러 차례 혹독하게 '거품론'을 주창한 바도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관가, 학계에선 열린우리-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확정을 보면서 "이미지 좋고, 때를 잘 만나면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라는 '서울시장의 격(格) 디스카운트' 논란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지가 한달 두달,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유지되고 있다면, 그건 어쩌면 가공이 아니라 실체일 가능성이 높다. 문화, 감성, 그린, 개혁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도 그런 일을 잘해낼 지 모른다. 강-오 두 후보를 비롯한 서울시장 출마자들은 소속 정당으로부터 "명시장이 될 자격을 갖췄다"는 인정도 받았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분명 안도감을 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출마자들은 서울시민의 눈높이가 꽤 높다는 점을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미지 정치의 만개'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에서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서울시장 디스카운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그렇다. 국제도시 서울의 새로운 시장은 예를 들어 블룸버그 미국 뉴욕시장이나 웬만한 국가의 대통령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게 다수 서울시민들의 기대다.
전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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