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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式 혁신의 ‘5대 원칙’

부단한 혁신으로 내부장애 제거하고 고객 이해해야

세계화 이후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기술,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등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세계시장을 잇달아 진출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1일 ‘글로벌 혁신기업을 통해 본 혁신 키워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성장’과 ‘혁신’이라는 화두 아래 글로벌 경제의 침체와 불황기에 미래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기존의 사업 방식 및 조직 구조 아래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내부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서 기업경영혁신이 출발해야하며, 특히 고객인 소비자에 대한 자세를 대대적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기존 방식에 안주하던 기업들과 혁신 기업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들 기업들 사이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연구 결과 50%가 넘는 전 세계 기업의 경영자들이 혁신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혁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혁신기업과 현실안주기업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 갈수록 커져

연구원은 애플, 구글, 3M, 도요타,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6년 글로벌 혁신 기업(The World’s Most Innovative Companies) Top 5로 선정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애플은 2년 연속 세계 최고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고, 구글이 지난해 8위에서 2위로, 도요타가 14위에서 4위로 껑충 뛰어 올랐고, 스타벅스도 19위에서 9위로 순위가 상승하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낸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이 글로벌 1백대 혁신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글로벌 혁신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연 평균 주주 수익률은 14.3%, 이익 증가율은 3.4%로 S&P 글로벌 1200 지수의 연 평균 주주 수익률 11.1%와 이익 증가율 0.4%를 압도하는 등 빼어난 경영실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LG경제연구원은 “이들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혁신’,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프로세스 혁신’, 사업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며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빠른 신제품 출시나 좀 더 싼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며, 사업 방식의 근본을 바꾸고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혁신을 위한 원칙 5가지.

원칙1.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라-애플

‘애플∥’의 개발로 개인용컴퓨터(PC) 시대를 열었던 애플은 기술을 맹신한 나머지 소비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품 및 소프트웨어 공급자들에 대한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IBM에게 PC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고 고작 10% 내외의 시장점유율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애플은 지난해 ‘아이팟(iPod)’의 성공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성공이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애플이 기존의 기술 집착증에서 벗어나 시장 지향적인 혁신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차별화된 디자인 및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 제고를 통한 제품 혁신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음악 판매 채널인 ‘아이튠(iTunes)’의 도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애플의 부활은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을 버리고, 소비자로 시선을 돌fT고 2006년 1.4분기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순이익은 41%나 증가하였다.

원칙2.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혁신하라-도요타

최고의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요타는 ‘간판방식(JIT, Just In Time)’, ‘도요타생산방식(TPS, Toyota Productivity System)’ 등 수많은 독창적인 생산기법을 만들어내며, 혁신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도요타는 운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많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매년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며 미국의 간판자동차 업체인 GM,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순이익을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더 많은 순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도요타는 프로세스 혁신을 단순히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 아닌 전체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제품 개발부터 디자인, 제조, 마케팅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성장과 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도요타의 혁신 방식은 미래 사업 육성 및 비즈니스 시스템 개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3.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라-P&G

세계 최고의 소비재 기업인 P&G는 ‘C&D(Connect&Develop, 연계.발전)’라고 불리는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한 개방형 연구개발(R&D) 모델로 상품화 기간을 단축하여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P&G는 사내 인력 외에 ‘기술 사업가(Technology Entrepreneurs)’로 불리는 70여명의 C&D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C&D 네트워크의 전문인력들은 공급자 및 발명가, 과학자 등으로 구성되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P&G는 2004년 감자칩 위에 간단한 유머와 상식을 새겨 넣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프링글스 프린트’를 통해 북미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음식을 통해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개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프링글스 프린트’의 성공은 신제품 아이디어 및 기술을 제공하는 외부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었고 C&D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과거 2년이 넘게 걸리던 제품 개발 기간이 1년으로 단축되었다.

P&G는 내부 R&D를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C&D를 통한 제품 개발 비중을 2000년 15% 선에서 향후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원칙4.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아라-스타벅스

최근 미국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커피 체인점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맥도널드를 제치고 5년 안에 식품 프랜차이즈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992년 매장 수가 불과 200여 개에 불과했던 스타벅스는 현재 세계적으로 1만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맥도널드는 3만여 개에 가까운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비결은 커피를 단순한 일용품으로 보지 않았던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의 폭넓은 시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했고, 스타벅스는 소비자들 마음 속에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제3의 문화 공간(3rd Place)’으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스타벅스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제휴를 통해 음악, 영화 등 각종 문화상품을 마케팅하고 있다. 스타벅스 자체가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스타벅스는 ‘제품 브랜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원칙5.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라-3M

3M은 근무시간의 15%를 새로운 아이디어 및 제품 개발에 쓰도록 한 ‘15% 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0년 새 CEO로 취임한 GE 출신의 짐 맥너니는 “조직이 세분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 없었고, 성과 평가와 책임 소재가 체계화되지 않아 나눠먹기식으로 보상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혁신 문화 강화에 초점을 맞춰 성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여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가속화하는 ‘가속(Acceleration)’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3M의 새로운 아이디어 중에서 실제 신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아이디어는 10%가 채 되지 않은 것을 본 맥너니는 개발자가 명확한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상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이어 1년 안에 새로운 아이디어의 수를 2배로 늘리고, 실제로 출시되는 신제품의 수를 3배로 늘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 결과 연구개발 자원 할당이 급증한 의료 부문의 매출과 수익이 5% 이상 제고됐고고, 회사 전체로는 신제품 개발 주기가 과거보다 1년 이상 앞당겨진 가운데 매출은 10% 이상 향상되었다.

"말로만 고객 외쳤는지,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LG경제연구원은 “기업혁신은 내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이는 기존의 사업 방식 및 조직 구조 하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기업들이 혁신에 실패하는 근본 원인은 기존의 게임 룰과 경쟁 구도의 틀 안에서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으로 기존의 사업 방식을 고수하게 되면 신사업 및 신제품 개발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당연히 시장 변화 속도에 뒤쳐지게 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되기 때문에 과거의 성공 방식을 부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자체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신사업 개발 조직을 신설하여 기존 조직과 거리를 두거나 M&A를 통해 변화에 필요한 역량을 외부에서 수혈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또 “사업이 커지면서 세분화된 조직 구조는 개별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에 혁신을 방해하기 쉽다”며 “혁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기업의 고객을 뺏어오는 것이든, 아니면 블루오션을 만드는 것이든 마찬가지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의 창출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새로운 시장의 창출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으며,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말로만 고객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객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둘러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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