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파업 500일, “우린 반드시 현장에 돌아간다”
여승무원들 '목숨 건 단식투쟁중', 국민관심만이 유일해법
“오랜 투쟁 중에 어쩔 수 없이 동료들을 앞에 두고 눈물 흘리며 돌아서야했던 조합원들로 하여금 우리 모두의 선택이 옳았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고 싶다. 반드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우리의 일자리로 돌아가겠다.”
13일로 무려 파업 5백일.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직 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KTX 여승무원들의 길고긴 고행의 기록이다.
2006년 3월 파업, 그리고 이후 5백일
5백일전,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2006년 2월 28일 저녁, KTX 여승무원 3백80명은 철도공사의 외주위탁.불법파견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파업을 앞두고 투쟁전야제를 가졌다. 하루 뒤인 3월 1일 그들은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흘 뒤인 4일 철도노조는 ‘선복귀 후협상’ 방침을 정하며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에겐 돌아갈 현장이 없었다.
다시 돌아가면 그들은 철도유통에서 KTX관광레저로 소속만 바뀔 뿐인 파견직 노동자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4월 1일자로 KTX관광레저로의 이직을 최후통첩 받은 상태였다.
여승무원들은 상급단체인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방침을 거부하고 사측이 직접고용 요구에 응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13일 오늘로 이들의 투쟁은 정확히 5백일을 맞았다. 이 장구한 세월동안 이들은 서울과 대전, 과천을 오가며 농성을 벌였고 삭발과 단식, 점거와 옥쇄 등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해 싸웠다.
쇠사슬에 자신의 몸을 묶기도 했고 승무복을 입고 서울 시내 곳곳을 행진하기도 했으며 인권위와 노동부, 국회와 정치인의 선거사무실 등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책임 있는 인사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끌려나온 것만 수 차례였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2004년 입사 이후 그들이 줄곧 해왔던 고유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건으로 철도공사의 직접적인 고용을 통한 안정정인 업무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여승무원들의 고유업무는 승객의 여행과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업무 전반이었다.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는 단순히 고용문제만을 갖고 5백일을 투쟁한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사고에 무방비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KTX에서 우리가 담당했던 업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객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백일의 질긴 투쟁, 돌아온 것은 오해와 냉대, 무관심
그러나 이들의 고된 투쟁과 요구는 오해로 가득찬 세간의 냉대와 외면, 그리고 정부당국의 철저한 묵살에 부딪쳐야했다.
1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들이 받아낸 ‘1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약속은 공채를 통해 입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비정규직 신분이었던 철도유통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KTX관광레저로의 이직은 ‘무늬만 다른’ 위탁업체일 뿐이라는 사실은 간과됐다.
KTX 승무원으로서 고객의 안전한 여행을 책임진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안전업무는 남성 승무원의 몫’이라는 성차별적인 시선에 갇혀버렸다.
특히 철도공사는 “승무업무는 단순 고객서비스 업무로, 계열사에 위탁했기때문에 직접 고용은 불가능하며 교섭대상도 아니다”라며 KTX관광레정 정규직 입사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섭은 계속해서 결렬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장기투쟁에 지친 이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남은 이는 72명. 똑같은 조치를 당하고 뒤늦게 합류한 10명의 KTX여승무원들이 합류했을 뿐이다.
반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승무원들의 끈질긴 투쟁과 노동계,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활동은 지난 해 7월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노동부의 재조사를 이끌어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인권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계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여승무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불법파견 여부를 재조사한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 해 9월 30일 “철도공사와 전 KTX 여승무원을 채용한 한국철도유통간 체결, 시행중인 승객서비스에 대한 위탁계약이 일부 불법파견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어 도급계약은 적법하다”는 애매한 판정을 내렸다.
서울지방노동청의 ‘불법도 있지만 크게는 적법하다’는 판정은 정부가 올해 6월 26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청의 판결은 KTX 여승무원들이 공공부문 노동자가 아니라 외주위탁회사의 노동자임을 확인한 것이 되면서 결국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책에서도 이들은 제외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권실세인 이철 철도공사사장의 황소고집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취임초 전향적 해결의지를 밝혔으나, 이철 사장의 고집에 밀려 유야무야됐다.
단식 11일째 맞는 승무원들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목숨 걸고 단식”
결국 지난 7월 3일, 파업 4백90일째를 맞는 이날 KTX 여승무원과 새마을 승무원 32명은 지난 해 5월에 이어 두 번째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일 최종교섭을 가졌지만 결렬된 상태이다. 직접고용을 통한 여승무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와 KTX관광레저 정규직 입사를 내건 사측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세원 지부장은 “이번 단식은 나흘간 진행했던 작년의 단식투쟁과는 다르다”며 “우리의 직접고용 요구가 관철돼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단식은 끝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병원에 실려가는 조합원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을 짓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철도노조도 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이철 사장 퇴진 운동을 결의하고 향후 불신임 투표 등 철도공사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지만 공사측은 냉소적이다.
다만 최근 이랜드 파업 사태 등 올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 3법이 법안 자체의 허점을 노출하면서 다시금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정규직법안의 추가 보완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12일 이랜드 계산원, KTX 여승무원 파업을 중재할 ‘대선주자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5백일간의 길고 고된 여승무원들의 투쟁을 매듭 지어줄 마지막 '화룡점정'은 국민의 관심인 것이다.
13일로 무려 파업 5백일.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 파견직 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KTX 여승무원들의 길고긴 고행의 기록이다.
2006년 3월 파업, 그리고 이후 5백일
5백일전, 진눈깨비가 흩날리던 2006년 2월 28일 저녁, KTX 여승무원 3백80명은 철도공사의 외주위탁.불법파견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파업을 앞두고 투쟁전야제를 가졌다. 하루 뒤인 3월 1일 그들은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들과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흘 뒤인 4일 철도노조는 ‘선복귀 후협상’ 방침을 정하며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승무원들에겐 돌아갈 현장이 없었다.
다시 돌아가면 그들은 철도유통에서 KTX관광레저로 소속만 바뀔 뿐인 파견직 노동자로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4월 1일자로 KTX관광레저로의 이직을 최후통첩 받은 상태였다.
여승무원들은 상급단체인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 방침을 거부하고 사측이 직접고용 요구에 응할 때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13일 오늘로 이들의 투쟁은 정확히 5백일을 맞았다. 이 장구한 세월동안 이들은 서울과 대전, 과천을 오가며 농성을 벌였고 삭발과 단식, 점거와 옥쇄 등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해 싸웠다.
쇠사슬에 자신의 몸을 묶기도 했고 승무복을 입고 서울 시내 곳곳을 행진하기도 했으며 인권위와 노동부, 국회와 정치인의 선거사무실 등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책임 있는 인사들과의 면담을 요구하다 끌려나온 것만 수 차례였다.
이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2004년 입사 이후 그들이 줄곧 해왔던 고유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건으로 철도공사의 직접적인 고용을 통한 안정정인 업무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것이었다. 여승무원들의 고유업무는 승객의 여행과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업무 전반이었다.
민세원 지부장은 “우리는 단순히 고용문제만을 갖고 5백일을 투쟁한 것이 아니다”라며 “안전사고에 무방비한 경우가 비일비재한 KTX에서 우리가 담당했던 업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고객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백일의 질긴 투쟁, 돌아온 것은 오해와 냉대, 무관심
그러나 이들의 고된 투쟁과 요구는 오해로 가득찬 세간의 냉대와 외면, 그리고 정부당국의 철저한 묵살에 부딪쳐야했다.
1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들이 받아낸 ‘1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약속은 공채를 통해 입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당했다. 비정규직 신분이었던 철도유통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KTX관광레저로의 이직은 ‘무늬만 다른’ 위탁업체일 뿐이라는 사실은 간과됐다.
KTX 승무원으로서 고객의 안전한 여행을 책임진다는 그들의 자부심은 ‘안전업무는 남성 승무원의 몫’이라는 성차별적인 시선에 갇혀버렸다.
특히 철도공사는 “승무업무는 단순 고객서비스 업무로, 계열사에 위탁했기때문에 직접 고용은 불가능하며 교섭대상도 아니다”라며 KTX관광레정 정규직 입사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섭은 계속해서 결렬됐고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 장기투쟁에 지친 이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남은 이는 72명. 똑같은 조치를 당하고 뒤늦게 합류한 10명의 KTX여승무원들이 합류했을 뿐이다.
반전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승무원들의 끈질긴 투쟁과 노동계,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연대활동은 지난 해 7월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노동부의 재조사를 이끌어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인권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계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법과 제도는 여승무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불법파견 여부를 재조사한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 해 9월 30일 “철도공사와 전 KTX 여승무원을 채용한 한국철도유통간 체결, 시행중인 승객서비스에 대한 위탁계약이 일부 불법파견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도급계약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어 도급계약은 적법하다”는 애매한 판정을 내렸다.
서울지방노동청의 ‘불법도 있지만 크게는 적법하다’는 판정은 정부가 올해 6월 26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동청의 판결은 KTX 여승무원들이 공공부문 노동자가 아니라 외주위탁회사의 노동자임을 확인한 것이 되면서 결국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책에서도 이들은 제외됐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권실세인 이철 철도공사사장의 황소고집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취임초 전향적 해결의지를 밝혔으나, 이철 사장의 고집에 밀려 유야무야됐다.
단식 11일째 맞는 승무원들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목숨 걸고 단식”
결국 지난 7월 3일, 파업 4백90일째를 맞는 이날 KTX 여승무원과 새마을 승무원 32명은 지난 해 5월에 이어 두 번째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일 최종교섭을 가졌지만 결렬된 상태이다. 직접고용을 통한 여승무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노조와 KTX관광레저 정규직 입사를 내건 사측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세원 지부장은 “이번 단식은 나흘간 진행했던 작년의 단식투쟁과는 다르다”며 “우리의 직접고용 요구가 관철돼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단식은 끝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병원에 실려가는 조합원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을 짓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철도노조도 1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이철 사장 퇴진 운동을 결의하고 향후 불신임 투표 등 철도공사 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예정이지만 공사측은 냉소적이다.
다만 최근 이랜드 파업 사태 등 올해 7월 시행된 비정규직 3법이 법안 자체의 허점을 노출하면서 다시금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정규직법안의 추가 보완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12일 이랜드 계산원, KTX 여승무원 파업을 중재할 ‘대선주자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5백일간의 길고 고된 여승무원들의 투쟁을 매듭 지어줄 마지막 '화룡점정'은 국민의 관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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