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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혼다 의원의 양식과 인격

[김동석의 뉴욕통신] 日로비스트와 동료의원 반발 뿌리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만행을 비판한 종군위안부결의안 [H.Res.121]의 상임위 통과에 대한 확답을 탐 랜토스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전해 듣고난 후부터 필자는 ‘만장일치 통과’의 가능성은 없을까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랜토스 위원장이 종군위안부결의안 통과를 위한 시민단체모임인 ‘121 한인지지연대’가 지난 6월16일 그를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26일 외교위원회에서 의결.처리할 것”을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어차피 결의안이 법적인 구속력과 강제력은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일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최대한 확고히 하는 것이 우리의 ‘실리’ 라는 생각이 24시간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차피 일본측 로비스트들로 인하여 반대하는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결의안의 단어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 것이고 쉼표나 마침표 하나까지 분석해서 내용을 희석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지서명을 한 1백51명의 의원들도 미국과 일본간의 관계를 들먹이면서 동의를 해 주기까지 얼마나 주저를 했던가? 90% 지점에 와 있다하지만 도저히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지난 6월 24일 일요일 밤을 그렇게 하얗게 뜬 눈으로 새웠다.

25일인 월요일 오전에 연락이 왔다. 결의안에 반대하는 공화당측 의원들이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를 더욱 확고히 하는 문안을 요구해 왔고 더구나 구체안에서 일본 총리가 언급된 것을 삭제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일본측 로비스트들은 1백51명의 지지의원과 랜토스 위원장의 의지를 알고서는 외교위 통과를 막지는 못 하겠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 편의 의원들을 내세워 ‘수정’을 요구해 온 것이다. 수정안을 요구했다면 함께 통과를 시키자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 만장일치 통과 ’가 아닌가? 란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인권문제이고 평화. 여성문제가 아닌가? 누가 공개적으로 이 결의안에 반대를 할 수 있을 것인가 ? 반대를 한다면 그것은 로비스트의 영향권에 있다는 그런 반증이 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위원장의 권한으로 논의 없이 통과를 선언하는 방식이 되는 것인가 ? 그것은 ‘만장일치’ 이고 그러면 우리의 완벽한 승리가 되는 일이다.

필자는 수정이 어떻게 되든 결의안의 메시지가 손상되지 않고, 위안부문제에 대한 ‘인정과 사과’ 의 기본취지만 명확하게 들어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만 되어도 미국의 결의안은 모든 관계국으로 도미노현상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결의안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어떠한 이유도 없고 우리는 그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를 신뢰하는 혼다 의원 측에서 의견을 물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1. 미일동맹관계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선 무엇이든 좋다. 그러나 그 동맹의 기초가 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에 기초해야 한다 고 요구했고 2. ‘일본총리’ 란 문구는 꼭 들어가야 하고 총리의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수정안은 우리의 요구 그대로 되었다. 그러나 어떻든 6월26일 상임위의 통과가 가장 절박한 목표였기 때문에 반대측의 움직임에 관한 소식은 정말로 필자를 불안하게 했다. 그것이 25일 오후 4시경이었다.

26일 10시에 개회한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의에서 결의안에 대한 토론은 그야말로 격론이었다. 우리측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흑인의 노예역사에 대한 미국정부의 사과, 아이리쉬 학살에 대한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사과 , 유태인을 학살한 독일의 공식적인 사과 등등을 예로 들면서 미일관계를 우려하며 결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몰아붙이며 설득했다. 뉴욕 후러싱 지역구의 게리 애커맨 의원은 “어떻게 친구의 동생을 강간한 친구를 그냥 친구로 할 수가 있는가? 그것이 미국인가?” 라는 표현까지 했다. 2시간여 격론 끝에 위원장은 ‘롤콜(Roll Call)' 방식의 투표를 실시하였다. 참가의원 41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가면서 찬반을 묻는 방식이다.

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마이크 혼다 의원 ⓒ 혼다 의원실


미 하원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마이크 혼다 의원 ⓒ 혼다 의원실


그때 필자는 선명한 기억이 떠올랐다. 4월26일 혼다의원을 만났을 때 “나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의견을 묻기를 원한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의회에서 인권문제에 관하여 좀 더 진지해 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겠다고 한 혼다 의원의 말이 그제야 생각났던 것이다. 반대의견을 냈던 의원들도 곤혹스런 표정을 숨기지 못하면서 ’예(Yes)' 란 대답을 하였다. 단지 두 명 만이 “아니요(No)"라고 했다. 39대2로 통과가 되었다. 다음날 의회내 뉴스레터인 <넬슨리포트>에서는 반대 2명의 의원을 빗대어서 ‘워싱턴서 가장 용감한 정치인’ 이란 표현을 하기도 했다.

통과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혼다 의원은 필자를 불러서 마이크앞에 세우고 “나는 이 결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하여 한인활동가들에게 겸손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뒤 “수정안은 원안의 기본 메시지를 결코 손상치 않았으며 오히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구체화 시킨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필자가 혼다 의원을 수차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했지만, 그 순간은 놀라운 감동이 가슴에 밀려왔다. 일본계이면서도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인류 역사의 교훈으로 남기고자하는 고매한 양식과 양심을 갖춘 혼다 의원의 인격에 가장 깊은 감동을 받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 정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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