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부시 비판가에서 백악관의 입으로"

지지율 급락에 놀란 부시, 언론인 스노 대변인 임명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인 토니 스노(50)를 새 백악관 대변인에 임명했다.

대통령의 '입'인 미 백악관 대변인에 방송인을 임명한 것은 19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당시 NBC 방송기자인 론 네센을 임명한 이후 30여년 만이다. 스노 신임 대변인은 하지만 역대 백악관 대변인과는 몇가지 다른 점이 있다. 그의 백악관 입성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입'만으로 안돼,정치에도 참여

미 언론에 따르면 스노 대변인은 "행정부의 정책 결정에 참가할 수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걸어 대변인 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함에 따라 그의 정치활동이 보장됐다는 분석이다. 이전의 백악관 대변인과 비교해 다른 행보이다.

하지만 스노 대변인이 정치에 처음 입문한 것은 아니다. 이미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연설문 작성 보좌관으로 정치 세계에 발을 담근 적이 있다. 그는 언론인이지만 방송과 글을 통해 정치와 경제관련 논평을 주로 쓰며 현실정치에도 깊게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스노 대변인이 강경 공화당 인물이긴 하지만 다른 참모들과는 달리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측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이번에 백악관 대변인에 지명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부시 비판에도 강한 목소리

스노 대변인이 다른 대변인들과 다른 점은 또 있다. 그는 부시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거침없이 했다. 그는 기자들을 "기자들은 무언가를 계속 먹여줘야 하는 맹수"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자신이 다른 기자들보단 부시 대통령에게 더 강한 맹수였다. 부시대통령도 "그는 나와 가끔 다른 의견을 표시한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스노 대변인은 부시대통령의 국내 정치에 대해 "흐리멍텅(lackluster)"하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또 부시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에게 "방해거리(embarrassment)"라며 깎아 내리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또 지난 3월에는 부시 대통령에 대해 "언론과 정적들에게 답하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이 그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시의 고집을 비꼬기도 했다.

부시대통령은 스노 신임 대변인에게 직접 왜 자신을 비판하는 말을 했는지 물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스노 대변인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한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자신의 발언이 부시대통령보단 참모들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해명했다.

스노 대변인은 "백악관에 오는 이유는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하고 "부시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가능한 많은 진실한 조언"이라고 말해 앞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언론과의 돈독한 관계 회복

또 언론인 출신 대변인이란 점은 무엇보다도 그를 다른 대변인들과 차별화시키는 점이다. 특히 스콧 매클렐런 전 대변인이 언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점과 비교해 보면 그의 백악관 입성은 상당히 이유 있는 결정이다.

이미 워싱턴 정가는 그가 기자들의 '정보 접근권' 강화를 적극 주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마크 매키넌 대통령 홍보담당 보좌관은 "스노 대변인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길거리에서도 신뢰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 점이 백악관 대변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주장했다.

부시대통령도 그의 임명 이유에 대해 "내 일은 결정을 하는 것이고 그가 할 일은 내 결정을 언론과 국민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혀 그동안 원만하지 못했던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시사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고려할 때 부시대통령에겐 언론인 출신 인물이 필요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노 대변인도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내가 이 일을 택한 이유는 부시대통령을 믿기 때문만은 아니다"면서 "믿거나 말거나 당신들과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가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제 스노 대변인은 백악관의 입으로써 맹수와 같은 기자들의 질문과 지적을 방어해야하는 위치에 섰다. 그러나 그의 백악관 입성을 통한 언론관계 개선이 부시대통령의 추락하는 지지율을 끌어 올려 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임지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