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믿다간 큰코 다칠 것", 유인태 경고에 민주당 긴장
보수원로 "그래도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대처 잘 해"
여권 원로인 유인태 총장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야당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조금 더 나왔다는 식의 얘기들이 있지만 그거 믿었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고 민주당에 경고했다.
유 총장은 4월 총선 전망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 대통령 임기가 만 3년은 안 됐지만 4년 차다. 87년 체제에선 대통령 임기 4년 차에 여당은 패배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어쨌든 이만큼이라도 버텨내는 게 신기할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의 사분오열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으나, 그걸 믿고 안주했다가는 4월 총선에서 참패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는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도 “(내가) 1988년 총선에서 한겨레민주당으로 출마했으니 30년이 넘었다. 정치의 본령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극심한 분열, 해방 후 좌우 갈리듯 분열돼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분열된 공동체는 역사에서 패망의 길로 가지 않았나"라고 우려했다.
유 총장 고언에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역시 유인태"라고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공천심사가 진행중인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입에 자물쇠를 굳게 채운 상태다. 그러다보니 참여정부 정무수석 시절에 노무현 당시 대통령 앞에서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거침없이 직언을 해온 유 총장의 경고를 고맙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호남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후 최저치로 추락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도 '조국 사태' 때와 같은 급락세를 보이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같은 지지율 급락은 민주당 서울시당이 자체 실시한 비공개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돼 자유한국당과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의원들에게 비상이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수도권 의원들은 사석에서 한결같이 "지역구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의 계속되는 충돌에 따른 중도층의 이탈 움직임이 확연하고, 핵심지지층이던 2030세대도 아파트값 폭등과 잇달은 영입인사 파동, 신종코로나 확산 등에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있다는 것.
수도권에 걸린 의석은 122개다. 박정희 정권 시절이래 역대 정권을 돌이켜 봐도, 수도권 총선에서 패한 정당이 정권 재창출을 한 전례는 없다.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수도권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다.
이해찬 지도부도 이같은 기류를 잘 알고 있다. 최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칼같이 공천 불가를 관철해내고, 정봉주 전 의원,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 등 논란이 될 인사들에 대해서도 불가 방침을 굳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역대 총선보다 3배나 많은 70여명의 청와대 출신들이 공천 받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이들에게 '공천이 곧 당선'으로 받아들여지는 호남권보다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비례대표는 꿈도 꾸지 말라고 쐐기를 박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 보수원로는 이와 관련, "그래도 민주당이 한국당보다는 대처를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상이 걸린 민주당은 최근 김의겸 등 문제될 인사들을 과감히 솎아내고 있잖나"라고 반문한 뒤, "반면에 한국당은 뭣 하나 똑부러지게 하고 있는 게 없잖나"라고 탄식했다.
민주당보다 몇배 절치부심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나, 긴장감 없이 제밥 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어 보인다는 개탄이었다.
앞으로 70일 남은 총선까지 몇차례 민심의 파고가 여야 사이를 오갈 것이다. 이 파고에 역행하는 쪽은 필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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