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로부터 '간신'으로 규정된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31일 자신은 간신이 아닌 '사육신'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그러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맞짱토론에 대해 "토론을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양정철 "나는 간신 아닌 사육신"

앙 비서관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강 대표 비난과 관련, "원내 제1당 대표까지 청와대 비서 한 사람을 그렇게 과도하게 관심을 가져주시니까 나로서는 과분하다"고 비아냥댄 뒤, "간신이라고 말했는데 간신이 아니고요, 나는 우리 정부와 언론관계를 보다 선진화된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한 사육신이 되면 되었지 간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비서관은 이어 "다른 분은 몰라도 강재섭 대표께서는 언론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가볍게 말씀하시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오래 정치하셨던 분이고 이전에 한나라당이 집권 하셨던 시절에 언론과 정부관계에 있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셨던 분인데, 강대표님께서 그런 부분을 겸허하게 돌아보시면서 말씀을 가려서 해주셨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강 대표의 전력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국정홍보처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과거의 정부, 한나라당 정부가 행정운영을 할 때처럼 당시 공보처를 통해서 언론을 통제하고 했던 시절이 아닌데, 정상적인 적극적 홍보 업무를 하는 부처를 그렇게 폐지하라고 하면 한나라당이 무정부주의자들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이 문제를 연계시켜서 하는 것은 굉장히 오바라고 본다"고 비난했다.

"헌법소원? 헌재 가서 민망한 일 당하지 말라"

그는 보수진영 일각의 헌법소원 움직임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은 과도한 정치공세라고 우리들은 본다. 이거는 뭐 국민의 알권리나 아니면 언론자유의 문제가 아니고 취재시스템을 둘러싼 문제다"라며 "나는 이런 일을 가지고 헌법재판소를 가서 민망한 일을 안당하셨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전날 문건을 통해 노무현대통령의 언론과의 전쟁을 '친노세력 결집을 통한 레임덕 방지'로 분석한 데 대해선 "열린우리당도 여러 가지 정치적인 입장과 판단이 있을 테니까 거기다 내가 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도 "대통령 임기가 9개월 남은 정부가 이 일로 가지고 지지도를 높일 일이 뭐가 있으며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것을 하겠냐? 정책 계산은 없다"고 일축했다.

"盧 토론하겠다고 말한 게 아니라 할 용의도 있다고 가능성 열어둔 것"

양 비서관은 그러나 기자협회가 수용입장을 밝힌 노대통령과의 맞짱토론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대통령께서 토론을 하겠다고 말씀하신 게 아니고 하실 용의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 두신 거니까, 저희 참모들 입장에서는 대통령께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게 좋은지의 여부와, 하게되면 언론계의 어떤 형식와 어떤 방법으로 하는게 좋은지에 대한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를 해서 보고를 올릴 예정"이라고 한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는 "이 문제에 관련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확정적으로 뭐라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9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번 기자실 개혁조치가 마치 언론탄압인양 주장하고 일방적으로 보도하는데, 이런 보도가 계속된다면 기자실 개혁이 과연 잘못된 것인지 국민들이 생생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토론하자고 하면 응할 용의도 있다"고 분명한 맞짱토론 의지를 밝혔었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같은 한걸음 후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 기자실 통폐합 등에 대한 반대여론이 늘어나면서 찬성여론을 압도하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하락하는 데 따른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