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기자협회 "盧, 고립 자초하지 말라"

"1만여 기자, 정권 차원의 모멸 묵묵히 참고 있다"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이 30일 노무현 대통령과 맞짱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기자협회 산하 편집위원회가 이날 오후 노 대통령에게 "고립을 자초말라"는 강도높은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1만여 기자, 정권 차원의 모멸 묵묵히 참고 있다" 경고

성명은 전날 노 대통령의 기자송고실 폐쇄 경고 발언에 대해 "가히 철권정치시대에서나 나올법한 말"이라며 "참여정부는 취재 현장을 차단하고 이에 대한 반발을 기자들의 직업이기주의로 몰려는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기자들은 자료보다 직접 인터뷰를 원한다. 기자는 국민의 눈높이로 현장에 서있기를 원한다.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기자들끼리 담합한다는 ‘담합론’은 자신의 진정성을 언론이 늘 왜곡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의 소산이다. 기자를 적대시하는 발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노대통령의 언론관을 질타했다.

성명은 "취재 현장 적재적소에 있었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여 기자들을 합동브리핑센터로 몰아대는 ‘선진화’는 대입학원 강의실처럼 일방적 받아쓰기만 강요할 것"이라며 "취재는 질문의 연속성이다. 정보공급자와의 살갑고 팽팽한 문답을 통해 정책 상황의 실체를 스케치하고 전망을 이끌어낸다. 그 정보책임자와 대면커뮤니케이션을 극단적으로 차단하고 전자브리핑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기자의 시각과 후각과 청각을 거세하겠다는 무지몽매함 그 자체"라고 거듭 질타했다.

성명은 이어 "저녁 6시에 퇴근했던 구청공무원들이 밤 10시 이후 수백 명씩 다시 현관에 등장한다. 퇴근기록을 심야로 늘려 시간외 수당을 타먹는 수법이다. 이미 만성화되어 끼리끼리 챙겨준다. 휴일에 등산복차림으로 나와 도장 한번 찍고 휴일수당을 타먹는다. 평균 연봉 1억8천만원 공기업 감사 21명이 남미로 업무혁신 세미나를 떠났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되돌아왔다. 이과수폭포를 관광하면서 직원들을 직무감찰하고 회계 감사할 세미나를 열 참이었나보다. 이렇게 국민의 혈세는 이과수 폭포처럼 콸콸 세고 있다"며 참여정권 출범이래 발생한 혈세 유출 사례를 열거한 뒤, "이런 요지경도 언론 취재가 밝혀낸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오늘도 1만 여명의 기자들은 피 말리는 현장을 뛰고 있다. 기자에 대한 정권 차원의 모멸감을 묵묵히 참고 있다"고 경고한 뒤, "언론은 스스로 자란다. 언론의 성숙과 선진화는 언론인들의 몫이다. 권력이 나서서 왈가왈부할 몫이 아니다. 밀어붙이려는 정권에 묻는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협회, 비대위 발동

기자협회는 이에 앞서 28일 ‘정보접근권 쟁취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보경 부회장)를 발족시키며 정부 조처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이날 기자협회는 이보경 부회장(MBC)을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김보협 권익옹호분과위원회 위원장(한겨레), 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YTN 김태현 지회장, 최종식 지역언론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경기일보) 등 4명을 위원으로 각각 위촉했다.

기자협회는 31일에는 언론학 교수들의 모임인 저널리즘연구회와 함께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고, 다음달 7~8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대의원 대회에서는 이번 정부 조처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