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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중앙일보> 프레스센터서 나가라"

<중앙>의 "이중적 태도" 보도에 퇴출령, 盧-언론 갈등 심화

기자실 통폐합-취재원 접근 통제 등 노무현 대통령의 '5.22 언론조치'를 둘러싸고 노 대통령과 언론계간 정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가 30일 남북장관급회담 취재차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5.22 조치와 모순된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쓴 <중앙일보>에 대해 프레스센터 퇴출 조치를 내려 정부와 언론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김남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중앙일보>가 정부가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는데, <중앙일보>에 대해서 편의 제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편의 제공 중단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부스 제공 등 이번 회담 기간에 편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프레스센터에 출입하는 문제도 포함된 것"이라며 "(프레스센터에) 못 들어온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와 상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통일부 차원에서 결정됐다"며 부인했다. 이번 방침은 이날 아침 이재정 통일부 장관 주재의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일부 출입기자들은 통일부 조치에 대해 즉각 대책회의를 갖고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중재위나 정정보도 등 공식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중앙일보의 프레스센터 출입을 막은 것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통일부에 전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취재 편의를 위해 제공한 프레스센터 설치를 이중적이라고 비판한 매체에까지 편의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면서 "출입금지 조치는 철회할 수 없다"고 거듭 출입 불가 방침을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날 '필요할 땐 써먹고 불리할 땐 없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자실 축소.폐지와 부처별 상주 기자단의 해체를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29일 남북 장관급 회담 시작에 맞춰 기자실 형태의 대규모 프레스센터를 열었다. 또 회담 취재를 통일부 기자단에 맡기고 상주기자만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을 실시하는 등 기자단 중심의 취재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홍보에는 기자단과 기자실을 적극 활용하려 하면서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폐지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통일부에 따르면 회담장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 설치된 프레스센터는 96평 규모에 150명의 내외신 기자를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정부가 매체별로 명패까지 만들어 놓았다"며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폐단'의 핵심으로 내세워 온 지정 좌석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중앙일보>는 기사 말미에 남북장관급회담 소식을 전하며 "북한 대표단 도착 직전 이재정 장관은 쌀 지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북측 대표단에게 밥 해 줄 쌀은 있다'고 답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이재정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통일부가 문제삼은 <중앙일보> 30일자 기사 전문.

통일부의 대규모 프레스센터 설치를 비판하며 통일부가 매체별로 명패까지 만들어 놓았다고 비판한 <중앙일보> 30일자 기사의 사진. ⓒ중앙일보


필요할 땐 써먹고 불리할 땐 없앤다?
정부, 장관급 회담 열리자 대규모 기자실 개설


정부가 기자실을 대폭 줄이는 소위 ‘취재 선진화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29일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통일부는 회담장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 대형 브리핑룸과 송고실을 제공했다.

기자실 축소.폐지와 부처별 상주 기자단의 해체를 추진하겠다던 정부가 29일 남북 장관급 회담 시작에 맞춰 기자실 형태의 대규모 프레스센터를 열었다. 또 회담 취재를 통일부 기자단에 맡기고 상주기자만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을 실시하는 등 기자단 중심의 취재 지원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홍보에는 기자단과 기자실을 적극 활용하려 하면서 불리하다고 판단할 때에는 폐지 대상으로 몰아붙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회담장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 설치된 프레스센터는 96평 규모에 150명의 내외신 기자를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이곳에는 정부가 매체별로 명패까지 만들어 놓았다.

국정홍보처가 기자실 '폐단'의 핵심으로 내세워 온 지정 좌석제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프레스센터인 3층 다이아몬드홀은 하루 임대료가 600만원(호텔 측 기준가격)으로 회담이 끝나는 31일까지 나흘간 쓸 예정이다. 이 비용은 통일부가 부담한다. 통일부는 또 29일 북한 대표단의 도착과 환영 만찬, 30일 첫 전체회의와 외부 참관 같은 북한 대표단의 주요 일정 취재를 상주 기자단에 일임했다. 관련 협의는 공보관실과 기자단 간사 사이에 이뤄지고 있다.

기자실을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담합을 하는 공간"으로 폄하해 온 정부가 남북 행사 취재에는 기자단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국정홍보처는 국가 안보나 남북 문제, 외교 현안을 다루는 부처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회담 관계자는 "기자단 해체를 비롯한 조치가 현재의 국정홍보처 방안대로 강행되면 남측 언론의 방북 취재를 비롯한 남북 회담 운영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긴장 속 북 대표단 서울 도착=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 26명은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을 거쳐 입국했다.

권 단장 일행은 호텔 도착 후 남측과 환영 만찬을 함께했으나 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 쌀 40만t 지원 유보 조치 때문인 듯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북한 대표단 도착 직전 이재정 장관은 쌀 지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북측 대표단에게 밥 해 줄 쌀은 있다"고 답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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