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신년사에 '없는 것'
[기고] 집값 폭등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더 큰 절망
‘서울 아파트값 하락폭 5년5개월 만에 최대’라는 대문짝만한 기사가 세인의 눈길을 끈다. 조금 더 있으면 집값 하락으로 건설경기가 하락하고, 소비도 침체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기가 더 얼어붙을 거라고 우려하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집값 하락을 막을 정부의 특단의 대책” 운운 하는 기사와 칼럼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의하면 서울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1월 5억9585만원에서 2018년1월에는 7억500만원으로 1년간 1억원이 넘게 뛰었고, 2018년11월에는 8억4883만원으로 또 1억4300만원이나 폭등했다. 12월에는 8억4502만원으로 381만원 하락하였으나, 2년간 2억4917만원 상승의 불과 1.5% 하락에 지나지 않는다.
집값 폭등은 ‘제로 섬 게임’이다
분명한 사실은 집값 폭등은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이다. 집값이 폭등하면 집을 가진 사람의 부가 증가하는데, 그 부가 현실화되는 것은 집을 파는 시점이다. 집을 사는 사람이 더 지불해야 하는 금액만큼 집을 가진 사람의 이익이 증가하는 것이니, 집값 폭등으로 집없는 서민의 돈이 집부자의 주머니로 이전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값 폭등을 방치한 결과 국민의 절반이 넘는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그 반대편에는 재산이 크게 증가하여 기뻐하는 자산가들이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들 중 누구편에 서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폭등한 집값을 유지하거나 완만한 하락으로 자산가의 이익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폭등할 때와 같은 속도로 하락을 유도하여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고통을 해소시킬 것인가.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 둘을 모두 만족시킬 방법은 없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집값 폭등은 문재인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다. 초저금리를 유지하여 이전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계승하고, 종부세로 대표되는 보유세를 “찔끔 인상”하여 다주택자의 주택투자비용을 낮게 유지하고, 서울에서 신규주택공급을 늘릴 방안을 외면함으로써 투기자금이 서울로 몰려들도록 하였다.
이런 정책적 과오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주택자의 천국’을 만든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임대소득세를 거의 면제해주고,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도록 해주며,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양도소득세마저 거의 안 내도록 혜택을 베풀었으니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디 있으랴.
지금이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제혜택을 취소하면 다주택자의 매물이 출회되고 집값은 빠르게 하락할 것이다. 이런 정책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것은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표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의 고통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
지난 주 신년사에 이어 어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국민들에게 밝혔다. 어느 기사 제목처럼 ‘경제로 꽉 채운 신년사’였고, 경제에 올인한 신년기자회견이었다.
그러나 상당한 분량의 국정운영 발표에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는 서민과 청년의 이야기는 한 줄도 없었다. 당연하게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정책의 실행에 대한 이야기도 한마디 없었다.
“부의 양극화”가 세계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하면서도 그 뿌리인 집값 폭등에 대한 말은 없었다. “함께 잘 사는 경제”를 만들자면서 국민의 절반이 넘는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집값 하락은 외면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언급하였으나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다주택 자산가들에게 가장 큰 혜택을 베푸는 ‘다주택자의 천국’인 현실은 외면했다.
마치 집값이 2년간 2억5천만원이나 폭등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았고, 폭등한 집값으로 수많은 서민들이 고통받는 현실은 모르는 듯하다. 그 고통의 원천이 ‘다주택자의 천국’을 유지하는 대가라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에 귀를 기울인 집없는 서민과 청년들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지 표명에 약간의 희망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의 뿌리인 집값 폭등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으로 더 큰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기대를 거는 것은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일지도 모른다.
<송기균 송기균경제연구소장(blog.daum.net/kig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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