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2인자' JP 타계. "정치는 허업이다"

'3김 시대' 공식적으로 막내려. YS-DJ 집권의 1등공신 역할도

2018-06-23 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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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김 시대'를 이끌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8시15분 타계했다. 향년 92세. '3김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아침 신당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도착 당시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빈소는 서울 현대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가족장으로 5일장으로 치러지며, 고인은 영결식 후 27일 오전 부인 고 박영옥 여사가 묻혀있는 부여 가족묘원에 마련된 장지에서 영면할 예정이다.

운정재단 관계자는 "따로 부고는 하지 않고 부의금과 조화도 받지 않기로 했다"며 "고인께서 생전에 말씀하신 것은 국립묘지에 가지 않고 고향의 가족묘원에 먼저 간 박영옥 여사와 같이 묻히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1926년생인 고인은 역대 최다인 9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두번의 국무총리를 지내는 등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으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달리 대통령은 될 수 없었고 영원한 2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고인은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소장이 주도한 5.16 쿠데타에 가담한 뒤 악명 높은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을 창설해 1963년까지 초대 중정부장을 지냈다. 1963년에는 공화당 국회의원이 됐고, 1965년 굴욕적 한일수교의 막후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공화당 부총재를 거쳐 1971년에는 제11대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유신과 함께 종신 대통령제를 강행하면서 2인자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이 과정에 그는 총을 맞기도 했고 타의로 장기간 외유를 떠나야 하기도 했다.

고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자인 YS, DJ가 대권을 장악하도록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1990년 노태우 대통령, YS와 함께 3당 합당을 강행, 호남을 고립시키면서 한국 정치사를 왜곡시켰으나 YS는 이 3당 합당을 통해 1992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고인은 그러나 YS가 3당합당의 전제조건이었던 내각제를 파기하자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만들어 총선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이 충청 기반에 근거해 1997년 대선때는 DJ와 세칭 DJP 연합을 만들어 DJ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그 공로로 DJ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냈으나 역시 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1년 뒤 DJ와 결별했다.

그의 말년은 초라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자민련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서며 '10선'의 대기록에 도전했으나 정당득표율이 2.8%에 그치며 그 꿈은 좌절됐고 정계에서 은퇴했다.

그는 풍을 맞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지내야 했던 말년에 "정치는 허업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영원한 2인자에 만족해야 했던 고인의 허망한 심경을 드러낸 말이었다.

이영섭, 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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