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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결의안, 마지막 복병은 이노우에"

[김동석의 뉴욕통신] 마침내 '꿈의 100명 의원' 지지 확보

미국 연방의회에서 가장 오랜 기간 상원의원을 지낸 사람은 90세 고령의 웨스트 버지니아의 밥 바이어드(50년), 이어 메샤추세츠의 에드워드 케네디(48년), 세 번째가 하와이의 일본계 상원의원인 다니엘 이노우에(46년)이다. 그 유명한 제442연대 전투팀(The 442d Regimental Combat Team)의 일원으로 2차 대전에 참전해서 전투 마지막 날에 그만 오른팔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1945년 미시간 재향군인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그는 똑 같이 한쪽 팔을 전투에서 잃고 후송되어 온 부상군인을 만났는데 그가 캔사스 출신이자 후에 미국의 대통령후보가 되었던 ‘밥 돌’ 이었다.

전투에서 똑같이 팔 하나씩을 잃어버린 부상병 '다니엘 이노우에' 와 '밥 돌'은 후송 병원에서 워싱턴 진출에 의기투합하여 이노우에는 민주당으로, 밥 돌은 공화당 의원으로 30년을 단짝으로 의정활동을 벌여왔다. 두 사람은 연방의회 애국심의 상징으로 미국의 안보가 위기나 전쟁에 놓일 때마다 국민들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이스라엘에게 AIPAC이 있다면 일본엔 이노우에가 있다"고 할 정도로 그는 지난 50여년간 워싱턴서 미국의 대일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어떠한 주장도 자제하고 의원들의 의사를 조정.조율. 통합하는 역할만 해 오는 가장 과묵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미국의 적국이었고 패전국인 일본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되었고 그렇게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바로 이 ‘이노우에’ 란 워싱턴의 거물 정치인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겐 아시아에서 중국도 한국도 아니고 오직 일본만이 아시아의 지도국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와이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의 중.서부 모든 연방급 의원들이 민주.공화당을 불문하고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의원이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영향력을 키워 왔다. 6년 임기의 상원의원 8번의 선거에서 평균 지지율이 80%를 웃도는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막강한 유대인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이 중동정세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바로 이 '다니엘 이노우에' 라고 할 정도이다.

막강한 미 의회에 대한 영향력으로 막판 종군위안부결의안 하원 통과 저지에 나선 다니엘 이노우에 미 상원의원 ⓒ 위키피디아


미군으로 2차대전에 참전한 아시안 군인들에게 미국의 최고 훈장을 추서하는 프로젝트에 23명의 일본인들이 포함되었음에도 참전 군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전설적인 영웅인 한국계의 김영옥 대령이 빠지게 된 배경엔 이노우에의 반한국인 정서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얼굴보다 이마가 더 넓은 침묵의 거물 정치인 이노우에가 요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워싱턴 정치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크게 흔들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의 대북정책이다. 봉쇄.압박 을 통해서 결국엔 북한 권력을 교체하려고 했던 네오콘 주도의 강압정책이 대화와 협상으로 급격한 변화를 갖게 되었다. 지난 6년 동안 미국과 일본은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였다. 미국과 일본의 공조체제로 중국을 견제하면서 북한을 압박해 들어가던 정책이 미국에서 정반대로 바뀌었음에도 일본은 더 강경한 권력인 아베 극우권력이 들어왔다. 미국과 일본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더구나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의 탈바꿈을 꾀하는 일본에게 물리적인 힘(군사력)은 필수이다.

미국의 묵인(용인)하에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과거사에 쐐기를 박는 현안이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이다. 미국 연방하원에서의 ‘일본군위안부결의안’ 추진은 이러한 측면에서 아베 권력의 발목을 쥐게 되는 것이다. "일본은 강제종군위안부에 대하여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그리고 지금과 후대에 교육시키라"란 미국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변명과 회피로 일관해 왔다. 그 아베가 일본의 총리 자격으로 지난달 26일 워싱턴을 방문했다. 아베 총리를 위해서 종군위안부결의안과 관련한 의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노우에가 나섰다.

이노우에는 아베 총리가 워싱턴에 도착하는 즉시로 의회로 초청을 했다. 상원의장인 해리 레이드,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그리고 결의안을 담당하는 외교위원장인 탐 랜토스 등 상.하원 11명의 지도부를 모두 불러서 아베를 초청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노우에는 노골적으로 일본군위안부에 관련한 일본의 사과는 그만하면 되었다는 의견을 내 놓으면서 하원결의안을 추진하지 말기를 당부하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외교위원회 고위급 전문위원의 전언이다.

그 자리에서 이노우에 의원은 지난 2월초에 하원에서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이 상정되는 것을 보고서 자신이 랜토스 위원장에게 결의안을 추진하지 말기를 권하는 사적인 서신을 보냈다는 사실도 밝혔고 "이것은 미일관계를 위해서 대단히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위안부 관련한 발언을 아베가 먼저 언급했다고 한다. 아베가 위안부 관련해서 언급한 ‘미안한 감정’(Sense of Regret) 이란 아주 애매모호하고 얄미운 발언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불쾌해 했다고 한다. 그녀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한다.

한편 아베 총리의 방미에 항의하는 백악관 앞 시위의 틈을 타서 유권자센타의 훈련된 로비팀은 의회로 진입해서 6명의 하원의원으로부터 결의안 지지를 약속 받았다. 드디어 꿈 같은 1백명의 의원을 확보한 것이다. 2월15일 청문회 당시 마이크 혼다 의원은 필자에게 1백명의 의원이 확보되면 만나자고 약속한 적이 있었기에 그를 만났다. 그는 정작 이노우에가 초청한 아베총리와 담화 하는 자리에 초청받지 못한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마이크 혼다는 1백명의 의원을 확보한 것에 놀라면서 자신은 1백20명을 갖고서 5월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1백명부터는 이전에 비해서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20명의 의원을 더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마이크 혼다는 자신이 ‘위안부결의안’을 상정시키고 그리고 일본에게 특히 아베 총리에게 로비할 기회와 시간을 충분히 주었음에도 “총리는 우리의 뜻이 무엇인지 미국의 여론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아베의 발언이 결의안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단호하게 입장을 설명했다.

결의안 통과를 위한 순탄한 행진에 '다니엘 이노우에‘란 복병이 나타났다. 예상했던 난관이지만 이미 1백명의 현직 하원의원이 지지 서명을 했고 미국 전역의 미디어가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편들고 나섰다. 50만을 대표하는 하원의원 1백명이면 5천만명의 지지를 얻는 셈이다. 국민 5천만명의 의견이 한명의 정치인에 의해서 묵살되면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논리로 미국와 세계의 미디어의 이해와 협조를 통해 단 한시도 멈추지 말고 종군위안부결안 통과를 밀어부침으로써 일본이 자행한 만행과 수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세계역사에 올바른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필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에 항의해 워싱턴에서 열린 종군위안부 관련 행사에서 위안부 출신의 이용수(왼쪽에서 세번째) 할머니가 "유권자센터의 종군위안부 관련 활동에 감사한다"며 김동석(왼쪽에서 네번째) 소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뉴욕.뉴저지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미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한국국민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성사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댓글이 1 개 있습니다.

  • 9 10
    asdf

    김소장님 화이팅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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