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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향>만 "H그룹 김모회장"

'그룹회장 보복 폭행' 보도, <조선> "한화그룹 회장" 적시도

4월25일자 도하 신문들이 다룬 한 기사는 '신문들의 위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한 대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보도가 그것이다.

A회장, B씨, C씨...

사건은 전날 오후 한 통신기사를 통해 맨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달초 강남 청담동 룸살롱에서 대그룹 A회장의 아들 B씨가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눈 주위를 10여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자 격노한 A회장이 경호원 수십명을 대동하고 아들을 때린 이들을 잡아 창고로 끌고가 폭행을 가했다는 것. 이에 피해자들이 경찰에 고소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A회장 부자가 출두하지 않아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경찰발 뉴스였다. 조폭영화 <달콤한 인생>의 '창고 씬'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었다.

첫 보도후 언론들의 뜨거운 취재경쟁이 불붙었고 문제 회장은 H그룹의 김모 회장으로 밝혀졌다. H그룹측은 해명에 급급했다. '공부를 잘해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고 들어오자 발생한 사건으로 '폭력' 운운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으며 언론들도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식이었다.

그런 탓인지 24일 밤 TV뉴스도 통신 수준의 A회장, B씨, C씨 식의 '익명성 보도'에 그쳤고, 25일 대부분 신문도 그러했다. 그러나 단 두 신문은 달랐다.

<조선><경향>은 "H그룹 김모회장"

<조선일보>는 25일자 8면에 '재벌회장 보복폭행 구설수'라는 기사를 통해 "H그룹 김모 회장이 둘째 아들 김모(22)씨에게 폭행을 가한 사람들에게 보복폭행을 휘두른 혐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들의 (폭행) 소식을 전해들은 김 회장이 H그룹 계열 경호업체의 경호원 20~30명을 동원해 C씨 일행을 승합차에 태운 뒤 제3의 장소로 데려가 폭행한 혐의를 수사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누가 봐도 '어느 그룹'의 '어느 회장'인지를 알 수 있는 기사였다.

<조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면 신경무 화백의 만평을 통해선 '한화그룹 회장 경호원 몰고 가 아들 폭행 보복'이란 설명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회장이 옆자리의 조폭들에게 "뭘 봐"라고 째려보자 조폭들이 "이크 건들면 간다"라고 쪼그라드는 대사를 실었다. 적나라하게 실명을 드러낸 것.

인터넷판 <조선닷컴> 역시 이날 톱기사로 '어느 재벌회장의 빗나간 부정'이란 제목으로 <조선일보> 기사를 재록했다.

ⓒ조선일보


또 한 신문 <경향신문>도 여느 신문들과 달랐다. <경향>은 10면의 '대기업 회장이 보복 폭행 의혹'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모 대기업 김모 회장의 아들 김모씨(28)"라고 <조선>과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실명을 적시했다. 피의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상세히 보도한 <경향>은 "현재 김회장은 신병 치료를 이유로 외국에 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로 기사를 끝맺었다. <경향> 기사 역시 사실상의 실명을 드러낸 셈.

'신문의 위상'

대기업 총수의 '보복 폭행' 보도는 '신문의 위상'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선 '조선의 파워'를 유감없이 드러냈다는 게 언론계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비록 광고가 신문의 생명선이기는 하나, 광고를 위해 기업 눈치를 보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된 게 아니냐는 평가다.

<경향신문> 보도에 대해선 "<경향>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향>은 90년대 8년간 문제의 김모 회장이 오너였던 신문사. 따라서 '과거의 연'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으나 '정도'를 택했다는 평가다. <경향> 보도는 특히 <한겨레>가 관련기사를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과 비교가 되고 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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