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투표를 안하는 사람들은 젊은층이나 극빈층에 많다. 그들은 기존 정치에 대한 거부감과 적대감이 많다. 2004년 민주당 젊은층에 바람을 일으켰던 하워드 딘이나 미네소타 주지사에 당선된 프로레슬러 출신 제시 벤츄라 같이 젊은층에 어필해서 성공한 예는 극히 드문 예외이다. 기권층에 관심을 갖고 어필하려면 정강 정책이나 정치 스타일에서 기존의 내용과 방식을 크게 탈피해야 하나, 그러면 기존의 지지층이나 중도적인 중산층을 잃어 버릴수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대개의 정치 컨설턴트들은 기권층에 대해서는 아예 선거에 불참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같은 기권층을 제외하고라도 현대에 들어와 미국의 선거는 전통적인 양당제도라 하지만 점점 각당이 표방하는 이념의 울타리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양당의 이념과 정책적 울타리를 과감하게 무너뜨린 사람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검든 희든 유권자의 입맛이면 최고라는 마케팅이다.
더구나 21세기 들어서 대중들의 공동의 이슈를 꼬집기가 어려워졌다. 링컨시대는 남북문제, 루즈벨트 당시는 경제재건, 투르먼 때의 인종통합, 레이건의 강한 미국 등은 각기 시대별로 대중들의 공동의 과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냉전이 끝났고 경제발전에 있어서는 양당간 입장(정책)의 차이가 없어졌고 눈에 띠는 인종간 대립도 크게 완화된 상황이다. 때문에 작고 큰 현안들에 관한 대중들의 입맛을 잘 파악해서 당과 이념을 초월한 작은 정책들을 바구니에 가득 담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러한 '패키지 마케팅'이 주된 선거전략이 되고 있다.
선거에서 패키지 마케팅으로 성공한 예는 1992년 클린턴의 집권방식이다. 그는 패키지 선거 전략에 성공을 거두어 8년 동안 미국을 통치했다. 이에 신중한 정치평론가들은 클린턴을 가리켜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는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는 파우스트 같은 자“라고 부른다. 클린턴에게 이러한 성공방식을 적용한 전략가가 그 유명한 제임스 카빌( James Carville)과 마크 펜(Mark Penn), 밥 슈럼(Bob Shrum), 그리고 스탠리 그린버그( Stanley Greenberg ) 이다. 이들은 1992년과 1996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운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단번에 몸값이 천정부지인 세계적 인물로 떠올랐다.
대권 도전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 ⓒ AP=연합뉴스
제임스 카빌은 1992년 아버지 부시가 걸프전의 완벽한 승리로 기고만장해 있을 때에 당시 유권자들의 시선이 경제문제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는 "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It's Economy, Stupid!)" 라는 ‘사운드 바이트’를 만들어서 당시 오랫동안의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하락해 있는 현실을 유권자들에게 환기시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민주당 후보를 택해야 한다는 흐름을 만들었다. 아직도 이 사운드 바이트는 걸작중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고객으로 갖고 있는 마크 펜은 소비자 여론조사 컨설팅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윈도우 프로그램을 PC 유저들의 입맛에 꼭 들어맞도록 개발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컨설턴트이다. 1992년과 1996년 대통령선거전에서 유권자들의 욕망과 기호를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여 클린턴후보의 대중적 인기몰이 정책을 만들어 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얼굴 없는 전략가'로 신비스럽게 알려진 밥 슈럼은 각종 정강 정책을 대중의 눈 높이에 꿰맞추어 홍보하는 데에 귀재이다. 스탠리 그린버그는 주류 미디어인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대중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적시에 적절하게 후보자를 연출시키는 전문가이다. 이들은 선거에서 뿐만이 아니고 민주당 집권내내 대통령의 결정적인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 꾸준하게 클린턴을 인기 있는 아주 '쿨'한 대통령으로 자리보존할수 있도록 한 환상의 드림팀이다.
영원한 클린턴 사람을 자부하는 '제임스 카빌'이 2008년 선거를 위한 환상의 드림팀으로 꼽히는 힐러리 캠프에 자리를 만들었다. 어차피 '돈'이면 일하는 전략가들이니, '돈 선거'가 눈에 보인다. 그들이 힐러리 캠프에 얼마를 요구했는지는 모를 일이나 이들과의 계약을 위한 '액수'가 짐작이 간다.
지난주 '마누라 대통령 만들기' 에 앞장선 클린턴이 우리 동네인 뉴욕과 뉴저지를 찾아왔다. 그의 몸값을 짐작해 보면 그가 오도록 한 민주당내 한인들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대통령선거를 향한 우리 동네 한인들의 정치참여가 보석같이 살아남기를 기대한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