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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안부결의안의 숨은 주역 '김영옥'

[김동석의 뉴욕통신] 일본계 미국인 사로잡은 '위대한 영웅'

초읽기에 들어간 미 하원에서의 '일본군위안부결의안' 통과는 미주동포의 평화 만들기를 위한 노력의 결정체이다.

필자는 2004년 9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의 선거유세 지원차 뉴욕을 방문한 마이크 혼다 의원을 만났었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은 일본계이지만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영혼(Political Spritual)을 사로잡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이라고 하면서 2차대전 당시 한국계 미군영웅인 고 김영옥 대령을 ‘아름다운 영웅’(Beautiful Hero)라고 소개했다. 김영옥 대령은 군인이었을 때보다도 퇴역 후 그가 미국의 아시안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온 것이 더 돋보인다고도 했다.

김영옥 대령, 일본계 미국인들의 '결의안' 지지 얻어내

혼다 의원은 필자에게 일본의 진주만 공격 직후 미국의 정치인들은 미국내 일본인들을 몰살시키려고 했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 당시 혼다 의원 본인은 갓 태어났었고, 그러한 이유로 6살 때까지 포로 같은 생활을 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그 후 40년이 훨씬 지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에 와서야 당시 일본인들 전체를 몰살하려고 했던 인종적 차별의 과오를 인정하고 재미 일본인 사회에 공식 사과했는데 이 일에 앞장섰던 사람이 바로 한국인인 '김영옥 대령' 이었다고 하면서 필자가 한국인임을 추켜세워 주었다.

당시 필자는 미국생활 20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김영옥을 단순하게 한국전쟁때 수많은 고아들을 구한 한국계 미국인 전쟁영웅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가 이같은 토로를 하는 혼다 의원 앞에서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내 일본인 2세들은 자신들이 적국의 시민이 아니고 미국에 충성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전했고, 태평양과 유럽에서 용감하게 싸웠다.

특수부대 지휘관으로 전설적인 전쟁 신화를 만들어 낸 김영옥 대령은 당시 아시안계의 유일한 지휘관이었고 일본계 참전군인들의 영웅으로 받들어졌다. 전쟁후에 김영옥 대령은 한국계지만 일본계사회의 가장 영향력이 큰 '일본계참전용사회'를 이끌었다. 로스엔젤레스 다운타운의 '일본계참전기념비'를 일본계 참전용사들은 김영옥 대령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추대하여 건립했다.

1999년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관하여 일본정부에게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이었던 마이크 혼다의원이 발의, 상정하여 통과시켰기 때문에 ‘혼다 결의안’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계 3세인 혼다 의원이 이 결의안을 내놓자 미국내 일본인 사회가 요동쳤다. 영향력 있는 일본계 지도자들은 연일 혼다측에게 이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며 압력을 가했다. 어려움에 직면한 혼다 의원은 곧바로 한국계 전설적인 전쟁영웅인 김영옥 대령에게 도움을 청했다.

혼다 의원의 설명을 들은 김영옥 대령은 일본계 참전용사들의 '혼다결의안' 지지 서명을 받아서 혼다의원에게 전달했다. 혼다 의원에게 결의안 철회를 종용하던 재미일본인사회 지도자들은 2차대전 일본계 참전용사회의 지지서명을 확인하고는 결의안 반대를 접게 되었고, 그래서 캘리포니아 의회가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일본계 참전용사회는 재미 일본사회의 자부심이고 정신적 지주이다. 그 용사회의 절대적인 지도자가 전설적인 한국계 전쟁영웅인 김영옥 대령인 것이다.

생전의 김영옥 대령. 그는 지난 2003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받았다. ⓒ연합뉴스


아베 日총리, 미국 언론들로부터 융단폭격 받아

1905년 미국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 일본의 승리를 도왔다. 그 결과는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했고, 조선을 발판으로 일본은 전쟁을 일으켜서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온갖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전쟁을 반대하고 참혹한 전쟁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인간이면 책임이고 의무이다. 연방하원의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이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시민들의 정당한 뜻이다. 결의안 통과를 위한 한인들의 노력은 가장 모범적인 시민행동이다.

결의안을 접하게 된 연방의원들은 이러한 일에 나선 한인들의 정치수준과 정치활동에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의회 사무처로부터 ‘H. Res 121’이라는 결의안 번호를 받고부터 이제 겨우 한 달 지났는데 당과 정파를 초월하여 벌써 35명의 의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동의해 나섰다. 모두들 이 결의안은 일본과 한국의 문제가 아니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와 인권, 여성의 문제로 인식을 하고 적극적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 대표되는 극우권력은 지금이 1백년 전 러일전쟁과 비슷한 상황이라 판단해서 미국을 등에 업고 군사대국화란 탐욕을 꿈꾸다가 미국내 한인동포들에게 들키고 말았다. 미주 한인동포들의 결집된 정치력이 일본에게 힘을 실어주는 미국의 경솔함을 일깨우고 있으며 일본의 야욕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 미사일문제,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을 기화로 삼아 일본의 극우 신민족주의 바람을 일으켜서 정치적인 성장을 했고 급기야는 총리에 올랐다. 여기에 미국의 패권전략이 일본의 민족주의적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견제라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이를 추동하고 있기도 하다. 가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결합엔 평화를 깨고 분쟁을 일으키는 독소가 들어있다.

'종군위안부결의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하게 되면 이래서 아베권력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의안을 저지하기 위한 일본정부의 로비가 극성이고 총리가 안절부절 좌충우돌하고 있다. 2월15일 피해자들의 하원청문회 증언에 당황한 아베 총리는 공보비서실과 안보보좌관을 워싱턴에 파견하여 결의안 저지로비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뉴욕의 한인풀뿌리 정치력 운동과의 본격적인 대결이다.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가 종군위안부결의안 및 비자면제프로그램 성사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한인동포들이 한달만에 30여명의 현직의원들로 부터 동의를 얻어내자 아베 총리는 이성을 잃은 듯 좌충우돌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월1일 아베 총리는 1993년에 국제적 압력에 밀려서 위안부 문제를 슬며시 인정한 '고노담화'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여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스엔젤레스타임스> 등 미국의 유력 일간지들로부터 연일 몰매를 맞고 있다. 통신사 기사를 받아서 기사를 내던 <뉴욕타임스>가 이제는 드디어 데스크에서 직접 기사를 내고 있다. 결의안 통과를 위한 운동에 탄력이 생기게 되었다.

'종군위안부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미주동포의 노력은 미국시민들과 함께하는 평화 만들기이다. 이것은 유권자센타가 만나는 현직 연방의원들의 생생한 의견이라는 점에서 더큰 의미가 있다.

필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 김홍국 기자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겸 본지 편집위원은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한인들의 정치 참여를 통한 권리 찾기와 한인들의 정치적 위상 높이기를 목표로 93년 뉴욕 등 미 동부 대도시에 ‘한인유권자센터’를 만들어 14년째 활동해온 대표적인 정치 비정부기구(NGO) 운동가다.

한인들의 정치력을 높여온 김 소장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93년 당시 7%에 불과하던 한인들의 평균 투표율은 2004년 25%로 뛰어올랐고, 미국의 상원과 하원의원들이 한국어 정치광고를 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을 높임에 따라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한국인 출신 시민운동가로 꼽히고 있다.
김동석 미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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